친박계 "朴대통령 국정철학 구현할 사람들이 나서야"
비박 "TK, 우선공천 안돼"…의원들 "지팡이 꽂아도 당선은 옛말"
여의도선 '대구출신 靑 참모들 출마설' 꺼지지 않아


새누리당의 심장부로 통하는 대구·경북(TK)에 '제2의 친박벨트'가 형성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대거 공천에서 탈락할 당시 '박근혜 동정론'이 확산되면서 대구에는 '친박연대'를 중심으로 '대구 벨트'가 형성됐었다.

박 대통령이 버티고,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공천을 받지 못한 홍사덕(서구) 조원진(달서병) 박종근(달서갑) 이해봉(달서을) 후보가 친박연대 또는 무소속으로 떠받쳐 총선에서 당선돼 생환하면서 친박 전진 기지 역할을 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8일 전격 사의를 표하고, 대구 출마설이 유력하게 흘러나오자 이러한 벨트가 다시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미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현지로 내려가 대구 북갑 지역에서 바닥을 다지고 있으며,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안종범 경제수석, 신동철 정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등의 대구 출마 카드도 유효하다는 시각은 여의도 정가에서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장관의 사의 표명은 물갈이의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면서 "(현재) 대구의 초선 의원 7명이 다 편안하게 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이 전날 유승민 의원 부친상 상가에서 "공천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참신성이 더 중요하다.

잘못하면 수도권 표심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대구 지역 12명 국회의원 가운데 7명이 초선이며, 다선은 이한구(4선), 서상기 유승민 주호영(3선), 조원진(재선) 의원까지 5명이다.

친박계 핵심의원의 말대로라면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에 초선 의원까지 합해 최대 8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모두 바뀐다면 물갈이 비율이 66.7%에 달한다.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도 대구의 초선 비율은 58.3%로서 전국 평균(49.4%)보다 높았다.

박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하는 상황은 같지만 이번에는 동정론이 아니라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이를 구현할 인물을 중심으로 거론된다는 게 다른 점이다.

친박계에서는 지난해 세월호 사태가 터지고 거의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공천한 것이나 다름없는 대구 지역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에서 엄호하기는커녕 장관들을 불러다가 비판했는데 오죽하면 당정협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겠느냐"면서 "현 정권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들이 다시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5월 박 대통령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 문제를 놓고 대립했을 때 대구 출신 의원들이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수수방관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할 적합한 인물들인가라는 의구심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에서 '2차 친박벨트'가 형성될 경우 그 여파가 경북으로까지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구 벨트가 형성될 당시 부산에는 '친박 무소속 연대'가 또 다른 벨트를 구성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이다.

경북의 경우 19대 국회 당선자 가운데 15명 중 4명(26.7%)이 초선으로서 교체율이 낮았기 때문에 정치적 텃밭에서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체 선거구도를 유리하게 형성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비박계 한 당직자는 "TK에는 누구를 넣어도 우리 당이 유리하기 때문에 절대적 열세 지역에서 실시하는 우선공천지역으로 지정될 수 없다"면서 "또 현재 당헌·당규에는 전략공천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한 대구 지역 의원은 "지팡이를 꽂아도 당선될 것이라는 얘기는 과거에나 통하던 것"이라면서 "만약 낙하산식 공천으로 후보를 내세웠다가 진다면 당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홍정규 이신영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