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오른쪽부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쉬사오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가오후청 중국 상무장관이 1일 청와대에서 ‘제3국 시장 협력 진출’ ‘한·중 혁신산업협력단지 공동 건설’ 등 양국 경제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오른쪽부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쉬사오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가오후청 중국 상무장관이 1일 청와대에서 ‘제3국 시장 협력 진출’ ‘한·중 혁신산업협력단지 공동 건설’ 등 양국 경제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세계 3위 규모인 중국 채권시장에서 위안화로 표시된 한국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국 내 원·위안화 직거래도 가능해졌다.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가(RQFII) 투자한도는 1200억위안으로 50% 늘어난다.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양자회담을 열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중국의 금융 및 자본시장 문턱이 대폭 낮아지는 것이다.

○빗장 푼 중국 채권시장

이번 회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중국 채권시장에서 위안화로 채권(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키로 했다. 위안화 표시 채권시장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위안화 국제화 추진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위안화 채권 발행 규모는 2012년 1737억위안에서 지난해 4283억위안으로 2년 새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최근 중국 정부는 역내 채권시장에서 해외 금융회사의 위안화 채권 발행을 잇따라 허용하는 등 채권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달러 및 유로 표시 외평채만 발행했다. 양국 정부는 함께 관련 규정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중 발행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발행 업무를 대행할 금융회사로 삼성증권, 중국 교통은행, HSBC 등 6곳을 이미 선정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상하이에 원-위안화 거래시장…중국서 한국채권 발행 길도 열렸다
중국 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개설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다. 당시 양국은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한국에 우선적으로 시장을 열었다. 중국 직거래시장 개설은 해외에서 원화거래가 허용되는 최초 사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원화 환전이 용이해지면 무역결제에서 차지하는 원화 결제 비중도 높아질 것”이라며 “기업들의 환위험 감소와 환전수수료 절감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위안화 RQFII 투자한도는 현행 800억위안에서 1200억위안으로 늘어난다. RQFII는 역외에서 확보한 위안화를 중국 내 주식·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기관투자가를 말한다. 이번 증액으로 한국의 투자한도는 홍콩(2700억위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가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위안화 국제화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등이 향후 국제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한국이 시장 변화에 선제적,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쌀·삼계탕 수출길 열렸다

양국은 중국 주도로 올해 설립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등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연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중국이 각각 추진 중인 제조업 정책 ‘제조업 혁신 3.0 전략’과 ‘중국제조 2025’를 연계하는 내용도 담았다. 제조업 정책을 교류하고 디자인 분야의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조용 로봇 분야에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양국의 인증 기준을 조율하고 관련 사업도 공동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제조용 로봇시장은 최근 6년간 연평균 50%씩 성장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27억1000만달러에 이른다.

한·중 간 수출입 쌀의 검역·검사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한국산 쌀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삼계탕에 대한 위생 및 검역·검사 조건에 관한 MOU도 맺었다. 삼계탕의 중국 수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