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 미 의장대 사열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공식 의장행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 대통령, 미 의장대 사열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공식 의장행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15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청사(펜타곤) 방문은 ‘파격적인 예우’의 연속이었다. 예포 21발로 시작한 펜타곤 의장대의 공식 의장행사(Full Honor Parade)에서부터 미 국방 분야 1, 2인자(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동시 면담, 미 대통령에 버금가는 미군 장병 격려 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공식 실무 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지만 ‘국빈 방문(state visit)’에 준하는 예우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장병 ‘로프라인 미팅’

한국 대통령을 위한 펜타곤 의장대의 공식 의장행사는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전에 펜타곤을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2011년 10월), 반기문 UN사무총장(2014년 4월), 올해 펜타곤을 방문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튀니지 대통령 등도 의장행사를 받았지만 5분 동안의 약식 행사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회선언, 임석상관에 대한 경례(예포 21발 발사), 애국가 연주(한·미 순서), 박 대통령 사열, 의장대 행진, 폐회선언 순으로 25분가량 진행됐다.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행사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펜타곤에 오전 9시20분부터 1시간10분 이상 머물렀다. 박 대통령은 의장행사에 이어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등을 접견한 뒤 장관 회의실 복도로 나와 ‘로프라인 미팅(Rope Line Meeting)’ 형식으로 31명의 미군 장병과 5명의 한국 장교들을 만나 격려했다. 로프라인 미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작년 펜타곤을 방문했을 때 실시한 형식으로,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장병들 앞을 지나가며 격려하는 행사를 말한다. 박 대통령은 장병들과 악수한 뒤 “한·미 장병 여러분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근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유의 최전선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이야말로 한·미동맹의 심장이라고 생각했다”고 격려했다. 이어 “Korea thanks you, we go together”라고 말했고, 장병들도 “같이 갑시다”라고 외치며 화답했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 없어”

미국의 이 같은 극진한 예우는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려는 박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화답’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14일 저녁 오바마 행정부 안보 라인이 대거 참석한 ‘한·미 우호의 밤’ 행사에서 “한·미동맹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전략은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이 지역에 외교·군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뒤집어보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국도 참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대해 아·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 핵심축이라고는 언급해왔지만, 한·미동맹이 미국의 아·태 전략의 핵심축이라고 말한 건 처음인 것 같다”며 “한·미동맹과 관련해 최상급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미 양국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와 이상으로 강력하게 결속돼 있다”고 했다. 한·미동맹과 한·중 관계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친중(親中)외교’에 치중한 나머지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한·미 간의 우정과 인연은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