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혁신 나선 기초지자체] "기초지자체는 공모채 발행 못하나?"…전주시 혁신이 68억 아꼈다
지난 6월 전북 전주시청의 기획예산과 주간 업무회의. 최현창 전주시 기획예산과장은 “기준금리가 연 1.5%까지 떨어졌는데 시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방법이 없을까”라고 물었다. 김성수 주무관은 “광주광역시가 이미 발행한 지방채를 새로 발행한 지방채로 상환하는 차환을 통해 조달 비용을 낮췄다”며 “기초지자체는 아직 시도한 적이 없지만 우리가 한 번 해보자”고 답했다. 지난 12일 기초지자체 중 처음으로 성공한 전주시의 지방채 차환은 이 같은 공무원의 혁신 의지에서 시작됐다.

전주시는 이번 차환 성공으로 앞으로 7년간 68억원의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차환 과정에 참여한 증권가 관계자들은 “지방공무원은 복지부동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깨게 됐다”며 혀를 내둘렀다.

○역대 지방채 중 최저금리

내년부터 2022년까지 전주시가 상환해야 할 지방채 586억3500만원의 당초 금리는 연 3.79~4.0%였다. 기존대로라면 기준금리보다 3배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할 상황이었다.

전주시는 공모지방채를 발행해 기존 지방채를 갚고 금리를 낮췄다. 인수기관으로 선정된 메리츠종금증권이 제시한 금리는 1.71(1년물)~2.15(7년물)%였다. 특히 국내 지방채 7년물 중 역대 최저 발행금리다.

광역지자체에서 공모지방채를 발행해 차환에 성공한 사례는 있었지만 기초지자체는 전주시가 처음이다. 인천이 2011년 650억원을 차환한 것을 시작으로 광주와 대전 등 광역시가 뒤를 이었으며 서울은 지난해 3000억원을 차환했다. 기초지자체는 광역지자체에 비해 채권 발행 규모가 작아 인수 기관을 찾기 어려워서다. 공모지방채를 발행하려면 채권 상장절차 등을 거쳐야 해 번거롭다는 점도 차환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다. 이 때문에 기초지자체들은 높은 금리를 물고 광역지자체와 은행 등에서 자금을 차입해왔다.

○광주까지 뛰어다닌 공무원들

전주시 공무원들은 사상 첫 기초지자체 차환 성공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김 주무관은 광주로 출장을 가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했고, 공모발행할 지방채 인수 기관을 찾기 위해 여러 증권사와 접촉했다.

마침 전략적으로 지방채 시장에 진출한 메리츠종금증권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1년 650억원에서 올해 1조2121억원까지 성장한 지방채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지방채 인수를 확대하고 있다. 홍종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사업센터 차장은 “지방채는 국채와 마찬가지로 부도 위험이 거의 없어 투자안정성이 높지만 국채보다 금리가 높다”며 “발행물량 증가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국채와 달리 지방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주시는 시장 확대 차원에서 기초지자체지만 광역지자체 수준으로 금리를 낮춰 공모에 응했다”고 했다.

최근 5년간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와 올해 5월 국민연금공단의 전주 혁신도시 이전 등으로 전주시의 세수가 늘면서 안정적인 재정을 꾸리고 있다는 점도 차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전주시의 세입은 2012년 6136억원에서 올해 7082억원으로 사상 첫 7000억원을 돌파했다. 관광명소인 한옥마을에만 올해 615만명이 몰려 민간과 공공의 관광수입은 224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시정을 내 집 살림처럼 섬세하게 꾸렸더니 작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며 “전주시의 이번 차환 성공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전국 기초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차환

이미 발행된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새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 채권 만기가 다가오기 전에 단기채무를 장기채무로 전환하거나, 채권 금리를 낮추기 위해 활용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