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무능해도 보장되는 정년…호봉제 반드시 손봐야"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66·사진)은 “공무원이 무능하면 정부 정책의 품질이 떨어지고 결국 국민과 사회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고 있고 공무원은 예전처럼 밤잠을 마다하며 야근하던 사명감이 사라졌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권 원장은 재정경제부 차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1977년 재무부 사무관으로 출발해 36년간 공직생활을 한 뒤 2014년 재계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국 정부의 비효율 원인으로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을 첫 번째로 꼽았다. “정책은 시장과 동떨어진 책상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닌데 정부가 세종시로 이전한 탓에 공무원들이 시장전문가, 기업 등을 만나 얘기를 들을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무원을 세종시로 보낸 데다 ‘김영란법’으로 기업인을 만나지 말라고 하니 시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결 방안으로는 “국회를 세종시로 내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과천에 정부청사가 있었을 때도 국회 업무로 여의도에 가면 반나절이 지나갔는데 세종시에선 한나절을 몽땅 허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규제개혁이 더딘 데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공무원이) 기업에 유리하게 규제를 풀어주면 감사원에서 나와 ‘해당 기업과 부정한 관계 아니냐’고 추궁한다”며 “반대로 아무것도 안 한 공무원은 정년까지 오래 살아남는다”고 했다. 감사원이 2009년 규제개혁 등 적극 행정을 하는 공무원에 대해선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묻지 않는 ‘적극행정면책’ 제도를 도입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대안은 없을까. 권 원장은 “무능한 공무원을 퇴출시키지 못하고 정년을 보장하는 호봉제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성과가 좋으면 그에 합당한 인센티브를 주고, 승진도 빨리 시키는 민간기업의 성과보상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태명/강경민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