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뒷줄 왼쪽 첫 번째)와 김갑중 전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두 번째)가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뒷줄 왼쪽 첫 번째)와 김갑중 전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두 번째)가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회 정무위원회가 21일 진행한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는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분기 갑작스레 3조2000억원의 손실을 낸 것과 관련, 부실의 책임 소재를 가리려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전·현직 대우조선 경영진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책임 회피성 해명만 쏟아냈다. 대우조선의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등은 “손실이 반영되기 직전에서야 부실을 알았다”고 했고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에서 손실이 없다고 보고해 알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을 퇴직하고 대우조선에 재취업한 전직 최고재무책임자(CFO)들도, 대우조선을 회계감사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담당자도 이날 국감에서 “부실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몰랐다”는 변명만 난무

대우조선 손실, 경영진·산은 "난 몰랐다"…유의동 "그럼 자연재해냐"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대우조선의 대규모 손실을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전·현직 경영진을 대상으로 집중 질의했다. 홍 회장은 “6월25일에야 보고받았다”며 “작년부터 수차례 해양플랜트에 이상이 없는지 물었지만 이미 1조2000억원 손실을 미리 반영해 2분기에 추가 손실은 없을 것이라는 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취임한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의 전반적인 재무상황을 점검한 이후에야 문제점을 보고받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2012년부터 올 5월까지 대표를 맡았던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은 “현대중공업 등 경쟁사보다 해양플랜트 수주 시점이 늦어 부실 반영도 늦어진 것”이라며 연임을 위해 손실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우조선이 수주한 해양플랜트 64기 중 66%를 수주한 남상태 전 사장 역시 “수주 당시 공사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은 적절하게 설정했다”고 말했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은 국감 증인 모두가 대우조선 부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자 “그렇다면 3조원 손실이 자연재해냐”고 꼬집기도 했다.

○대우조선, 자문역에는 돈잔치

대우조선이 자문·고문·상담 등 자문역 60명에게 특별한 자문 실적도 없이 억대의 연봉과 고급 차량, 고액의 사무실 임대료 등을 지원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대우조선 자문·고문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4년부터 지금까지 대우조선과 그 자회사의 자문역을 맡은 사람은 모두 60명으로, 이들은 평균 88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연봉이 2억원이 넘는 자문역도 있었다.

자문역 중에는 산업은행(4명)과 수출입은행(2명), 국가정보원(2명), 방위사업청(1명), 해군 장성(3명) 출신도 상당수 포함됐다. 민 의원은 “대우조선의 자문료 지급과 관련해 산업은행은 감사원의 주의 요구를 받고도 방치했다”며 “산업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감독 의무 태만이 대우조선 부실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에선 산업은행 출신이 비금융 자회사에 낙하산으로 취업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산업은행은 지난 5년간 328명의 퇴직자 중 43명을 투자회사에 내려보낸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 홍 회장은 “앞으로 산업은행 퇴직자들이 자회사나 투자회사에 재취업할 때 전문성 있는 인사들을 골라내도록 추천 기구를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지금처럼 은행이 건설 조선 등 비금융 자회사를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자회사 관리 방식을 바꾸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동휘/김일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