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판매된 1억원 이상 차량 중 87%가 업무용으로 등록됐고, 4억~5억원대 차량은 모두 업무용으로 등록됐어요. (세제 혜택이 있는 업무용 차량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어서 탈세나 다름없습니다.”(박명재 새누리당 의원)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개인용·업무용 승용차 간 과세 형평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고가 승용차를 개인적으로 쓰면서 업무용으로 등록해 세금을 탈루하는 행태가 지적된 것이다.

국회에는 업무용 차량 구입·운영비의 경비 산입 허용 상한선을 3000만~5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지난 7월 이후 현재까지 5건이 올라와 있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본지 8월21일자 A5면 참조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대당 5억9000만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 팬텀 차량 5대, 4억7000만원짜리 벤틀리 뮬산 6대 등이 모두 업무용으로 등록됐다”며 “차량 구매부터 비용 처리까지 제값을 모두 내는 개인과 비교하면 과세 형평성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한 차량에 한해 총비용의 50%만 기본 경비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운행일지를 작성해 업무용 차량으로 인정받도록 한 올해 정부의 세법 개정안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만 가입하면 100%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절반은 무조건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어서 정부가 합법적인 세금 탈루 수단을 만들어줬다”고 혹평했다. 보험 가입 후 업무용이 아닌 사적 용도로 사용해도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업무용 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면 단순히 세금만 추징할 것이 아니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기량(cc) 기준으로 책정된 자동차세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가격이 다른 외제 승용차와 국내 승용차도 배기량만 같으면 같은 자동차세를 내기 때문이다. 심 의원은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세 기준은 50년 전 생겨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같은 배기량의 차량도 국산과 외제차 간 가격 차이가 세 배가량 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감에서 의원들의 지적을 받은 뒤 “(업무용 차량 비용 처리의 상한 설정 문제는) 국회 조세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업무용 차의 사적 이용은)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