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를 계기로 재벌개혁을 정치 이슈화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이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대기업 개혁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부는 4대 개혁을 추진하지만, 재벌개혁부터 이행해야 한다”며 “재벌은 고도성장의 결과이자 주역이지만, 최근 재벌과 대기업의 행태는 경제의 불안요소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매입,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삼성물산 합병 등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 “가족 간 재벌싸움으로 경제가 들썩였다. 롯데는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을 오가며 특혜를 챙겼고, 제2롯데월드 건설도 특혜”라며 “세계 어디에도 없는 후진제도인 재벌 경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수단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발표한 5대 원칙과 3대 보완대책을 제시했다. 5대 원칙은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상호채무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핵심역량 집중 △지배주주 및 경영자의 책임성 확립이고, 3대 보완대책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차단 △순환출자와 부당내부거래 억제 △변칙상속 차단 등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재벌들의 황제경영과 족벌세습경영, 후진적 지배구조에 따른 재벌 일가의 다툼과 갈등은 많은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며 “4대 개혁이 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벌개혁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