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의미로 두고 남북관계 주도하려는 의지 반영

지난 25일 남북한이 극적으로 타결한 고위급접촉 공동보도문의 '비정상적 사태'라는 문구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군은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이 문구의 의미를 구체화하기보다는 포괄적인 상태로 둠으로써 남북간 군사적 상황을 주도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군 관계자는 27일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문구는 포괄적, 함축적인 의미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며 "너무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위급접촉 공동보도문 제3항은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규정했다.

남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되 비정상적인 사태가 벌어질 경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조항은 북한군이 또다시 도발을 하지 않도록 하는 '재발 방지' 장치로 해석된다.

이번 고위급접촉 공동보도문에는 재발 방지라는 명시적인 표현은 없다.

군 관계자는 "고위급접촉 공동보도문에는 북한군 도발의 재발 방지라는 의미가 내재화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표현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비정상적인 사태에 해당하는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북한의) 3차례 핵실험과 여러 차례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정치·외교적 제재가 있었다"며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비정상적인 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로 답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포괄적으로 이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며 비정상적인 사태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것은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은 비정상적인 사태의 의미를 포괄적인 상태로 두고 북한의 도발이 발생했을 때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대응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공동보도문 제3항의 주어가 '남측'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간에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비정상적인 사태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주체가 남측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비정상적인 사태의 의미를 미리 객관화할 경우 남측이 그것에 따라야 하는 객체가 될 수 있는 만큼, 의미를 포괄적으로 두고 상황에 따라 주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군이 비정상적인 사태의 의미를 굳이 객관화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볼 수 있다.

한 장관이 국회 국방위에서 '사이버 공격'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군 관계자는 "사이버 공격보다는 한 장관이 언급한 '군사적 도발'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며 포괄적인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

사이버 공격도 그 상황에 따라 성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비정상적인 사태에 기계적으로 포함시킬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이 비정상적인 사태의 해석을 남측이 주도할 경우 북측은 이를 '일방주의'로 규정하며 반발할 소지가 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도 지난 25일 조선중앙TV에서 남측을 겨냥해 "벌어지는 사태들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인 행동으로 상대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경고했다.

김양건 노동당 비서도 조선중앙통신 기자 질문에 대해 "북과 남이 원인 모를 사건으로 요동치는 사태에 말려들어 정세를 악화시키고 극단으로 몰아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같은 주장을 펼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비정상적인 사태의 뜻은 앞으로 남북한이 회담을 통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한이 정전협정을 준수한다는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이를 토대로 의미를 구체화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