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북중관계 '역전장면' 연출될 가능성 커
최룡해에 '주변' 배치설과 '파격대우' 관측 엇갈려

내달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밀착하는 한중 관계와 얼어붙은 북중 관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장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열병식 당일 톈안먼 성루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 등 30개국 지도자와 정부대표 19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10명 등 정상급 외빈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중국 측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현직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전직 국가지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톈안먼 성루의 전체 면적은 2천442㎡(66×37m)로 상당히 넓다.

특히 베이징 관측통들은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함께 이번 열병식에 초대되는 외국 지도자 중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박 대통령은 톈안먼 성루 위에서 시 주석 왼쪽에 서고 푸틴 대통령이 오른쪽에 서게 될 것 같다"며 "일반적으로 오른쪽이 상석"이라고 말했다.

이런 예상이 맞으면 1992년 수교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한중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오르게 될 톈안먼 성루에는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1950년대에 최소 2차례 올라 마오쩌둥(毛澤東) 등 당시 중국 지도부와 함께 열병식을 지켜본 적이 있다.

중국이 '혈맹 국가' 지도자로 대접한 것이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북한 최룡해 비서의 '위치'다.

비록 중국이 최 비서를 30명의 외국 지도자 명단에 포함하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최 비서가 박 대통령이나 시 주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변부'에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비서를 빼면 열병식에 참가하는 대다수의 외국 지도자는 대부분 현직 대통령, 국가주석, 국왕, 총리·부총리 등인데다 중국이 최 비서 위치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 입장과 남북관계 상황을 반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근년 들어 한중관계는 양국 간의 경제협력뿐 아니라 정상외교를 포함한 정치협력도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이른바 '정열경열'(政熱經熱·'경제뿐 아니라 정치 교류도 뜨겁다'는 뜻) 관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60여 년간에 걸쳐 혈맹을 유지해온 북중 관계의 경우,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이례적인 관계조정 국면에 돌입한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왜 최 비서를 이번 열병식에 '국가지도자'로 파견했고 중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만큼, 톈안먼 성루 위의 '그림'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중국정부가 만약 최 비서의 방중을 계기로 얼어붙은 북중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최 비서에 대해 파격적인 대우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