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북핵 문제 협조 등 고려해 결단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도 참관하기로 했다고 정부가 26일 공식 확인했다.

미국 패권에 맞서는 중국의 '군사굴기(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섬)'가 상징적으로 드러날 이번 퍼레이드를 박 대통령이 지켜보는 장면은 동북아 외교 지형에 만만치 않은 함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양대 핵심 동맹인 한일 정상이 이번 항일 전승기념 행사를 둘러싸고 보인 엇갈린 행보다.

박 대통령의 군사 퍼레이드 참관 결정은 중일간의 물밑 줄다리기 끝에 결국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승절을 전후로 한 중국 방문을 보류하기로 한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아베 총리는 애초 전격적으로 중국 방문을 성사시켜 중일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대미 관계에 따르는 부담, 전승절 행사 성격을 둘러싼 중국과의 조율 불발 등 탓에 결과적으로 방중은 무산됐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발표한 데 이어 미국 등 서방이 불편한 시각을 보여 온 군사 퍼레이드도 참관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중일관계 진전에 따른 한국 외교 '고립론'도 한때 제기됐지만, 아베 총리가 결국 대중 견제를 위한 미일 공조라는 전통적 구도에 머물렀지만 박 대통령은 격동하는 동북아 정세변화 속에서 우리의 외교적 입지 강화를 위해 '주도적, 선제적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중국과 전통적 혈맹관계인 북한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불참하는 반면, 박 대통령이 이번 행사에 '최고 귀빈'으로 참석하는 것도 변화된 한중·북중관계의 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주요 플레이어 가운데 하나인 아베 총리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불참하면서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외교가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어렵게 퍼레이드 참관을 결정한 것은 한반도 정세 관리에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중국과의 관계를 결국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승행사 전날 열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의 진전을 위한 중국의 대북 지렛대 역할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형성된 남북간 대화 분위기 속에서 상황 관리를 위한 양국의 전략적 소통 필요성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논의에서도 진전을 만들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이 군사 퍼레이드에 군대를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대신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해 의전서열 문제가 해소된 것도 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 결정을 둘러싸고 미국 조야 일각에서 또다시 제기될 수 있는 '중국 경사론'을 어떻게 불식하느냐가 또 다른 외교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고려해 우리 정부는 미측과 군사 퍼레이드 참관을 포함한 전승행사 관련 사항을 긴밀히 협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전략적으로 세부적 사항까지 충분하고 완전한 소통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열병식 참석 직전인 이달 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북극회의 참석 계기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10월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설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이례적으로 일찌감치 발표하고,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발표 이후에도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 참석 여부에는 신중을 기한 것도 미측의 정서를 감안한 배려로 풀이된다.

특히 외교부 당국자가 이날 기자들에게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의 중추로서 북핵 및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따른 대응,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중관계 발전, 일본의 올바른 과거사 인식 유도 및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 등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토대"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정부가 포괄적 전략동맹인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중국과의 관계도 발전시키면서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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