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5일 판문점 고위급 접촉에서 북측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및 서부전선 포격도발 유감 표명과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촉즉발의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해소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대화를 통해 군사적 충돌 위기에서 벗어남에 따라 경색국면을 면치 못하던 남북관계도 박근혜 정부 임기 5년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합의로 경색된 남북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결실을 볼 기회를 얻게 됐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나아간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정책 기조로 내세우며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했지만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드레스덴 선언’ ‘통일 대박론’ 등 대북 구상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북한의 반응은 차가웠다. 올해 광복 70년·분단 70년을 계기로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북한이 지난 4일 DMZ 지뢰도발에 이어 20일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를 겨냥한 서부전선 포격 도발까지 감행하면서 오히려 군사적 긴장이 급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 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남북 대화를 통해 안보 위기를 극복함에 따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탄력을 받게 됐다. 우리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과 경원선 복원 사업 등도 남북 간에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남북고위급 접촉 합의는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출발점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극적 합의를 이끌어낸 남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김양건 당 비서의 최고위급 ‘2+2 회담’이 남북 대회채널로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장관급 이상의 남북 대화채널이 상시 가동되면 정치·군사 분야의 난제는 물론 교류·협력 과제도 상대적으로 쉽게 풀릴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북 대표단에 훈령을 보내면서 ‘간접대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 여하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 논의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장애물 없이 순탄하게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 대북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남북 사이에는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등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언제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빌미로 남북대화의 문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이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