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타결로 위기 넘겼지만…해결할 과제 많다

정치권, 걸핏하면 군지휘관 불러내 '망신'
병영서 작은 사고만 나도 '침소봉대'…강군 도약 막아
40대에 군복 벗는 직업군인…절반이 실업자
'안보 버팀목' 군의 사기를 높여라

벼랑 끝으로 치닫던 남북한 대치상태가 고위 당국자 간 극적 담판으로 일단 해소됐다. 남북한은 25일 새벽 고위급 접촉에서 북측이 지뢰 폭발에 대해 유감을 밝히고, 우리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의 6개 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봉합일 뿐 북한의 도발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 등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박창권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번 타협이 상황 모면을 위한 전술적 행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원칙 대응 못지않게 이번 일을 계기로 확고한 국가 안보의식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도 안보의 튼튼한 버팀목인 군(軍)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60만 군을 통솔하는 최고 지휘부를 걸핏하면 국회로 불러내 망신을 주고, 군에서 발생한 사소한 사건·사고까지 ‘침소봉대’ 식으로 몰아붙이는 여론 등은 군 사기를 갉아먹는 요인이란 지적이다. 민간보다 빠른 정년, 낮은 재취업률 등 직업군인의 열악한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8월 윤모 육군 일병 사망사건 때 국회의원들이 최윤희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를 국회로 불러 몰아세운 것은 군 사기를 꺾은 단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당시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이 최 합참의장 등에게 “당신들은 자식도 없느냐”고 고함을 치는 장면이 TV에 중계됐다. 이어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한 야당 의원은 “차라리 엄마에게 이를 수 있도록 병사들에게 휴대폰을 지급하라”고까지 했다.

지난 12일엔 북한의 지뢰 도발 대응과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추궁하던 새누리당 의원이 “정신 나간 짓 아니냐”며 다그치기도 했다.

한 장관이 작년 8월 취임한 뒤 1년간 국회 국방위원회에 불려 나간 횟수는 69회다. 다른 장관의 두세 배에 달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조직”이라며 “60만 군을 지휘하는 장관이 수시로 국회에 불려 나가 욕을 얻어먹는 장면을 보는 장병들의 심정이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군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사고까지 부풀려 보도되는 행태도 군의 사기를 꺾고 있다. 군 장성급 간부는 “군은 사고뭉치란 이미지가 국민에게 심어지는 게 가장 우려스럽다”며 “지휘관도 전투력 증강을 위해 강한 훈련보다는 부대 관리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업군인의 열악한 처우도 문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저출산으로 지금의 징병제는 구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데다 군의 무기체계 다양화 등을 감안하면 점차 직업군인을 키우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하지만 열악한 환경 탓에 직업군인이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군 장교와 부사관의 평균 퇴직연령은 40대 후반이다. 제때 진급하지 못하면 40대 초반에도 군복을 벗어야 한다. 국방부는 계급별로 정년을 최대 3년씩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군인연금 개편 논의와 맞물려 시행 시기가 불투명하다.

전역 후 생활도 막막하다. 국가보훈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역 장교(부사관 포함)의 취업률은 평균 57.8%다. 부사관은 이보다 낮은 47.2%였다. 일본(97%) 미국(95%) 영국(94%) 등 선진국 전역군인의 취업률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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