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남북한 포탄 사태 이후 북한 지도부의 대응부터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까지 일련의 움직임들을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남북 고위 당국자 긴급 접촉이 판문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오후 4시38분에 보도했다.

남북 정부가 통지문을 통해 서로 제의를 교환하며 조율한 끝에 고위급 접촉이 확정된 오후 12시45분께로부터 약 4시간 만이다.

남한 정부의 공식 발표와 이에 따른 남한 언론 보도가 이날 오후 3시께부터 시작된 것에 비하면 1시간30분가량 늦은 것이지만, 사안이 터진 뒤 보도까지 며칠이 걸리던 과거 모습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편이다.

북한 매체들은 남북한 포탄 사태가 있었던 20일 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가 긴급히 소집됐다는 소식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보도했다.

조선중앙방송은 21일 자정을 30분가량 넘긴 시각에 회의 소집 소식을 전했으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라고 명령했다는 소식도 21일 오전 6시50분께 방송했다.

언론 통제가 확실하게 이뤄지는 북한 사회의 특성상 북한 매체들이 지금처럼 일련의 사건들을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이번 사태에서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48시간 시한'을 제시하며 짧은 시간 안에 긴장을 고조시킨 뒤,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을 전격 제의하며 다시 빠르게 해법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비교적 신속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도 당국의 이런 '속도전' 전술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이번 사태를 '속성'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긴장을 급속히 끌어올린 뒤 해법도 빠르게 찾으려는 모습인데, 이에 맞춰 북한 매체들도 일련의 사태를 빠르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charg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