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왼쪽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현 정부들어 최고위급 회담…홍용표 통일장관·김양건 노동당 비서도 참석
北이 어제 먼저 제의…우리 수정제안 北이 수용하면서 전격 성사
김관진·황병서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접촉후 10개월여만에 재회
의제는 '남북관계 상황'…北도발 재발 방지외에도 폭넓게 현안 논의 가능성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남북이 22일 오후 6시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철거를 요구하고 불응시 군사행동을 예고한 시한(22일 오후 5시)을 앞두고 남북 고위급 접촉개회를 발표함에 따라 북한의 도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 상황이 해소되고 남북관계 변화의 극적 모멘텀이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남북은 현재 진행중인 남북관계 상황과 관련, 오후 6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비서와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이 만나는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여만이다.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은 황 총정치국장 등 북한의 고위 '3인방'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계기로 전격 방남했던 지난해 10월4일 인천 시내의 한 식당에서 처음으로 오찬 회담을 한 바 있다.

당시 우리측에서는 김 실장 외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이, 북측에서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가 참석했다.

당시 회담은 인천의 한 식당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판문점에서 진행되는 이번 접촉과는 차이가 있다.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이 다시 만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 접촉은 판문점에서 '남북관계 관련한 상황'이라는 의제를 가진 정식 접촉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 이후 남북간 최고위급 접촉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2월 진행된 남북간 첫 고위급 접촉에 남측에서는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북측에서는 원동연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특히 남측 통일부 장관(홍용표)과 북측 당 비서(김양건)가 남북 회담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고위급 접촉은 북한이 먼저 제의했고 이에 대한 우리의 수정 제안을 북한이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김 차장은 "북한은 어제 오후 4시경 김양건 당 비서명의 통지문을 통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김양건 당 비서와의 접촉을 제의해 왔으며 이에 대해 우리 측은 같은 날 오후 6시경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명의로 김양건 당 비서가 아닌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접촉에 나오라는 수정 통지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우리 측 수정 제안에 대해 북측은 오늘 오전 9시30분경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비서가 나오겠다고 하면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나올 것을 요청했다"면서 "우리 측은 이러한 북측 의견을 받아들여 오늘 오후 6시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북측과의 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했으며 북한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는 남북관계 관련한 상황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1차장은 브리핑에서 "남북은 현재 진행중인 남북관계 상황과 관련,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단 당면 현안인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4일)과 이에 대한 대응으로 재개된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 확성기 방송을 겨냥한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20일) 등의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우리측은 최근 지뢰도발에 대해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나 북한은 지뢰도발에 대해 "북침전쟁용 모략극"이라고 비난하면서 대북 확성기 사용과 대북 심리전 사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포격도발도 우리의 대북 확성기를 겨냥한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측은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주의적 사안을 비롯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우리 정부의 구상, 북핵 문제 해결의 필요성 등을 북측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 문제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간 이런 입장차에 따라 이번 접촉에서 남북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체적 성과를 만들지는 불투명하다.

이럴 경우 양측간 추가 접촉이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강병철 이한승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