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선 딜레마' 빠진 새누리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린다”는 취지의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정치혁신안으로 각인되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비박계 간 ‘파워게임’의 빌미가 되고 있다. 전국 지역구에서 당원조직을 총괄·대표하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당협위원장) 자리를 정하는 문제에서도 딜레마에 빠졌다. 국민경선제 도입을 위해 차기 공천에서 유리한 현역 국회의원이나 원외 정치인 당협위원장이 권한을 내려놓도록 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4월 당협위원장 일괄사퇴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당 한편에서는 경북 구미갑(심학봉 의원), 경남 김해을(김태호 의원) 등 위원장직 사퇴로 공석이 된 지역에 대해 위원장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기존 당협위원장들도 사퇴서를 받기는커녕 매년 한 번씩 시행하는 재신임 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 총선 일정을 감안했을 때 국민경선제를 할 의지가 있다면 당협위원장은 예비선거일(2월) 6개월 전에 일괄 사퇴해야 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민경선을 하자면서 이달 말이 사퇴시한인 당협위원장을 새로 뽑고 있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혼란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채택해놓고 당협위원장 선출을 진행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로 법제화됐을 때를 전제한 것”이라고 말해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야당의 동의가 없어 지금은 당협위원장 선출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협위원장 선출을 지휘하고 있는 황진하 사무총장도 지금은 절차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황 사무총장은 “당협위원장을 재신임하거나 새로 뽑는 절차는 현재 당헌·당규에 따른 것”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는 당론으로만 결정됐을 뿐, 여야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논의가 진전됐을 때 당헌·당규가 고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등을 중심으로 야당과 협상에만 의존하는 국민경선제의 실천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임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어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다른 중진의원은 “100% 완벽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김 대표의 핵심 주장인 ‘공천권 내려놓기’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른 방식으로도 공천 중립을 지키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