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 참석 문제를 놓고 한국 외교는 다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내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주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으나 다음주 후반으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말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는 일본 교도통신 보도가 논란이 되면서 주변국과의 관계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미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교도통신의 보도를 부인했다. 청와대는 오는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담화 내용을 지켜본 뒤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현재까지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만약 한국만 참석한다면 또다시 ‘중국 경사론’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그동안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갈팡질팡’ 외교로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국과 미국이 각각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고(高)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다 양쪽으로부터 반감을 샀다는 것이다. 일본과는 현 정부 들어 정상회담을 열지 못해 과거사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본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지지하며 미국 편에 서면서도 중국과 손잡으며 철저한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