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 불구, 거취 불필요한 오해살까 박상천 빈소 조문 여부 고민

"인륜상 가보긴 가봐야 하는데…고민이다."

지난해 7·30 수원 팔달 보궐선거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4일 민주당 박상천 전 대표의 갑작스런 부고를 듣고 한 주변인사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고 주변에 의견을 구하며 "생각을 좀 더 해보자"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고문과 고인은 대선 참패 직후인 지난 2008년 2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해 통합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탄생할 때 각각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대표로서 통합을 성사시켰다.

양당의 통합은 2003년 9월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새천년민주당 내 신당파가 '국민참여통합신당'으로 국회에 교섭단체를 등록하면서 옛 민주당이 공식 분당된 뒤로 4년5개월만의 재결합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통합민주당의 공동대표를 맡아 18대 총선을 치렀고, 그 해 7·6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정세균 전 대표에게 바통을 넘기기까지 약 5개월간 '투톱'으로 당을 함께 이끌었다.

분열과 통합을 반복했던 야당사의 한 획을 그었던 공동주역이었던 만큼 당연히 조문을 가야 하는 관계이지만, 손 고문은 자칫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 상경을 결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의 4·29 재보선 전패 이후 야권의 지형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구원등판론'이 계속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인간의 도리상 당연히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치권의 시선이 쏠려 있다 보니 조그마한 오해라도 받지 않기 위해 행동에 제약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발인은 오는 6일이다.

5일로 강진의 백련사 근처 흙집에 터를 잡은지 꼭 1년째를 맞는 손 전 고문은 여전히 정계복귀에는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여의도에서는 그에 대한 시선을 좀처럼 거두지 않고 있는 분위기이다.

손 전 고문은 지난달 31일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자신을 도왔던 충북도의원 부친상 조문을 위해 충북 청주를 찾아 상가에서 이시종 충북지사 등과 '조우'했을 때에도 현실정치에 관한 문제에 대해선 일절 '노코멘트'했다는 후문이다.

이 지사가 "이제는 (강진에서) 나오셔야 되지 않느냐. 언제 나오시냐"고 묻자 "가긴 어딜 가느냐"고도 했다고 한다.

앞서 한 측근이 최근 손 전 고문에게 "현실정치를 재개하는 것과 별도로 역사나 사회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에도 특별한 반응 없이 웃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측근은 손 전 고문의 '하산' 시기에 대해 "좀 더 계실 것 같다.

최소한 올해는 넘기지 않을까 싶다"고 "정치를 떠난 사람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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