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숙청과 처형을 주도한 장본인이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홍콩 일간 성보(成報)의 칼럼니스트 왕진위안(王金原)은 31일자 칼럼에서 "김정은이 집권한 뒤 연이은 숙청과 처형에 김 제1위원장의 심복인 김 부장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2012년 4월 무려 25년간 공석으로 남아있던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됐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체제보위를 위해 주민의 사상적 동향을 감시하고 '반혁명분자'를 색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북한의 주요 권력기관이다.

왕진위안은 "2013년 82명이 연달아 처형된 것을 보면 김 부장이 얼마나 잔혹한 인물인지 알 수 있다"며 "김 부장이 처리한 사건 중 가장 놀라운 사건은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사건으로, 체포에서 처형까지 5일밖에 걸리지 않은 '번개식 처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 부장이 장 전 부위원장 처형을 주도한 것은 김 제1위원장에게 충성심을 과시할 좋은 기회였다며 "장 전 부위원장의 죄가 표면적으로 '당을 반대하고 국가를 배신'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중국과의 무역 거래에서 비밀 경비를 대거 남용하고 횡령한 것이며 이 때문에 김 제1위원장과 여러 차례 말다툼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 공개 처형이 5명으로 줄어든 것은 김 제1위원장이 개나 고사포를 이용한 처형 방식이 잔인하다는 외부의 의견을 받아들였기 때문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왕진위안은 특히 "김 제1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김 부장을 '내 오른팔', '친위부대'라고 칭찬한 적 있다"며 "김 제1위원장에 대한 김 부장의 충성이 '맹목적인 충성'이나 '목숨을 건 충성'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김 부장이 보위부 2인자인 김창섭 정치국장을 내쫓고 자신의 측근을 심으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김 제1위원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고위층의 전화통화를 감청한다는 설도 있다"고 전했다.

왕진위안은 "김 부장의 아들 김철이 부친의 권력에 의지해 인사 청탁이나 일 처리를 도와주고서 사례비로 최소 10만 달러(약 1억1천700만 원)를 받았다는 설이 있다"며 "'소(小) 보위부장'으로 불리는 김철은 군 무역 담당 간부 출신으로 중국을 상대로 광물과 외화 거래를 해 일찍 부자가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케이 신문은 지난 19일 김 제1위원장의 측근 서열 1위와 4위로 각각 추정되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 부장 사이에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