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띄우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두고 정치권이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22일 추경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2년 만에 2%대로 추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 이어지는 메르스 여파…대외 불확실성도 가중

작년보다 낫거나 최소한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던 올해 경제 흐름을 꺾어놓은 것은 수출 부진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그리고 가뭄이다.

불안한 징후는 수출에서 먼저 감지됐다.

세계 교역량이 올 상반기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 넘게 줄면서 우리나라 수출도 영향을 받아 5%가량 감소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올해 수출 증가율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기가 주춤하고, 엔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메르스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5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수출 부진 탓이다.

5월만 해도 소비시장은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6월에 메르스 확산과 가뭄으로 소비까지 나빠졌다.

6월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0.7%, 9.7%씩 감소했고 휘발유·경유 판매량은 2.9% 줄었다.

지난달엔 취업자 수 증가세도 둔화됐다.

6월에 증가한 취업자 수는 32만9천명으로 5월보다 증가 폭이 5만명 줄었다.

메르스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한국 경제는 3분기 이후 다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대외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 경제 약화는 세계 경제는 물론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런 대내외 요건을 고려해 추경을 반드시 제때 처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추경 계획대로 집행 못하면 3% 성장 불가능

정부는 추경이 계획대로 집행되면 올해 3.1%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을 비롯한 다른 기관의 생각은 정부와 다르다.

한은은 정부가 추경 편성안을 발표한 뒤인 지난 9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내렸다.

추경이 정부의 계획대로 집행된다는 전제가 깔렸다.

추경 효과를 반영해도 3%대 성장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안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정부의 계획대로 집행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다시 2%대 성장이라는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2년 2.3%, 2013년 2.9%로 부진했다가 2014년 3.3%를 기록해 3년 만에 3%대를 회복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대를 제시한 기관은 한국은행뿐만이 아니다.

LG경제연구원 2.6%, 금융연구원 2.8%, 하나금융연구소 2.7% 등 국내 다수 기관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를 기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정부는 추경이 국회에서 제때 통과되면 3%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 추경안 처리 지연으로 내년 예산 작업도 차질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면 내년 본예산 편성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가 제출한 내년 예산 요구안을 심의하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2차 심의가 진행될 단계이지만 추경 편성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담당 인력 분산으로 예산안 작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경안 처리가 8월로 넘어가게 되면 내년 본예산 편성에는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내년 본예산안 국회 제출 기한이 9월11일인 점을 고려하면 추경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본예산안이 국회에 상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본예산 내부 검토작업이 2주 이상 올스톱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추경은 기본적으로 속도전이다. 애초 추경 필요성에 여야가 뜻을 함께했던 만큼 국회가 단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소비 위축 악순환 우려…빠른 추경집행 필요"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 이후 꺾인 소비를 다시 세워놓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추경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심리 위축→가계 소비 감소→기업 생산·투자 감소→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서비스업 등 메르스 피해가 큰 곳에 추경 예산을 빠르게 투입해야 한다"며 "저유가·저금리로 소비가 살아나는 흐름을 보이던 소비를 되돌려 놓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추경을 하루빨리 집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급하게 추경을 편성하면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예산을 쓸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일단 추경을 어떤 곳에 쓰겠다고 결정했다면 책상 위에 오래 올려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이 필요한 것보다 작은 규모로 편성된 상황에서, 효과를 최대한 높이려면 보다 빠른 시기에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미 8월이 코앞으로 다가온데다, 조금만 지나면 연말이 온다. 늦어질수록 추경 효과는 반감된다"며 "다음 달 내에 집행이 시작될 수 있도록 입법부에서 추경안을 빨리 통과시키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박초롱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