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사드 정보 요청한 사실 숨겨…은폐·축소 구태 답습

군이 최근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해군 장교가 군사비밀을 중국측에 유출한 사건을 언론에 브리핑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숨긴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군 관계자는 20일 "기무사 소속 S 해군 소령이 작년 12월 중국 기관 요원으로 추정되는 A 씨로부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자료를 요청받았다"며 "이 사실은 사건 공소장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는 군 검찰이 지난 10일 S 소령의 기소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공개한 내용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군 검찰은 A 씨가 S 소령에게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관련 자료를 달라고 한 적은 있지만 사드 관련 자료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군 검찰의 브리핑을 앞두고 S 소령이 중국에 사드 관련 정보를 넘겼다는 추측성 보도가 잇달아 나오면서 이 문제는 중요한 관심사가 돼 있었다.

이에 따라 군 검찰이 논란을 피하고자 언론 브리핑에서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동북아시아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이슈라는 점을 아는 군 검찰이 한중관계를 의식해 중요한 사실을 감췄다는 것이다.

군 장교가 비리를 저지른 사건의 파장이 커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제 식구 감싸기'의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 소령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도 버젓이 포함한 사실을 언론 앞에서 부인한 것은 대국민 기만극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군이 국민 앞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정확한 의미를 설명하는 정도(正道)를 걷기보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하는 편법으로 논란을 피해가는 구태를 이번에도 답습한 셈이다.

'선진화된 정예강군'을 표방하는 군이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군이 중요한 사건을 언론에 브리핑하면서 핵심적인 사실을 숨겼다가 뒤늦게 진상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군은 작년 4월 발생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브리핑할 때도 처음에는 윤 일병의 사인을 '기도 폐쇄에 의한 질식사'라고만 밝혔다가 나중에 집단 구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군 검찰의 거짓 브리핑으로 논란이 일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 검찰이 '실수'를 했다며 "국민과 기자단에 오해가 있도록 설명한 부분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군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S 소령이 사드 관련 자료를 넘기지 않은 것을 축약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드 정보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군 검찰 조사 결과 중국인 A 씨가 사드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S 소령은 사드 관련 정보를 넘기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석 대변인도 "S 소령이 중국인에게 넘긴 자료에는 '사드'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만 관련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S 소령은 당시 기무사에 근무하던 후배 장교에게 KAMD 관련 자료를 요청해 해군 구축함 정보를 담은 3급 군사비밀을 A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