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보직도, 승진도 싫다"…직급 낮춰 부구청장 자원
이달 초 서울시 정기인사에서 본청 핵심 간부를 맡고 있던 A본부장(2급)은 B구청의 부구청장(3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급이 낮아진 것이지만 A본부장이 부구청장직을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초 핵심 보직을 맡고 있던 C국장(2급)도 스스로 직급을 낮춰 D구청 부구청장(3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시 국장급 고위 간부들의 ‘탈(脫)본청, 탈요직화’가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들이 승진이나 핵심 보직을 원하는 게 상식이지만 상당수 서울시 고위 간부들 사이에선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올해 인사뿐 아니라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매년 실시된 인사에서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 고위 간부들은 박 시장의 업무 스타일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식 업무보다 트위터, 모바일 커뮤니티 등 인터넷을 통한 업무 지시에 따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게 시 간부들의 얘기다.

박 시장은 지난해부터 한 포털사이트에 ‘보물찾기’라는 이름의 모바일 커뮤니티를 개설, 국장급 간부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시 고위 관계자는 “주말에도 국장들에게 갖가지 아이디어 등 업무 지시가 내려온다”며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도 있다”고 털어놨다. 박 시장이 2011년 취임 후부터 수시로 시 홈페이지에 일기 형식으로 올리는 ‘박원순의 희망일기’도 국장급 간부들에겐 또 다른 업무지시다.

시 고위 간부들이 핵심 보직 맡는 것을 꺼리거나 부구청장으로 옮기는 것을 희망하는 배경이다. 시 고위 관계자는 “일단 구청으로 나가면 지방선거 때까지 부구청장으로 구청에 머물러 있으려 한다”고 털어놨다. 시 국장급 출신 한 부구청장은 “부구청장 전보 인사가 발표되면 대부분의 시 국장급 간부들이 부러워하며 축하한다는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의 한 측근은 “공무원들의 불만을 의식해 비서실장에 공무원을 임명하고, 업무 지시도 줄이는 등 공무원 사기 진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