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불만 잠재우고 친박 거부감 덜한 '원유철·김정훈' 카드
'친박 쿠데타' 프레임 차단…수도권·영남권 조합으로 총선 대비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 계파색이 옅은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이 새 원내지도부를 구성하게 됐다.

4선의 원유철(경기 평택) 의원과 3선의 김정훈(부산 남갑) 의원은 오는 14일 의원총회를 통해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합의추대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비박계로 분류되는 중견 정치인이다.

유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 친박(친박근혜)계가 전면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는 여권 내홍 사태가 친박계의 원내지도부 장악을 위한 '친박 쿠데타' 성격이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계파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선 비박계의 불만을 다독이면서 친박계의 거부감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비교적 계파 색채가 옅은 원유철·김정훈 조합이 낙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김무성 대표의 당직 개편으로 출발하게 될 '김무성 2기 체제'와 맞물려 당·청이 '새 출발'을 다짐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새 원내지도부는 안정감에 무게를 둔 카드로 받아들여진다.

원유철 원내대표 합의 추대의 흐름은 일찌기 당 최고위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원 원내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김정훈 의원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김 대표는 물론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중진들의 사전 동의를 거쳤다는 후문이다.

원 의원은 12일 원내대표 단일후보로 등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당·청이 원활한 협조와 무한 협력 속에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차기 원내대표의 가장 큰 역할과 임무"라고 말했다.

원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나선 김 의원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법률가 출신이다.

당내에선 원내지도부에 법률가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7대 국회의 원내부대표, 18대 국회의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는 등 원내 경험이 풍부한 데다 19대 국회에선 전반기 정무위원장으로서 한 차례도 상임위 운영이 파행하지 않았을 정도로 관리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원 측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의원은 저돌적이고 추진력이 있으면서도 야당 의원들과의 관계가 매우 원만하다"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상호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 원내지도부는 원 의원이 수도권(경기 평택시)에, 김 의원이 영남권(부산 남구)에 각각 지역구를 둔 만큼 내년 총선에 대비해 지역적으로 안배하는 취지도 엿볼 수 있다.

원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 남부 지역이면서 충청권과도 가까워 내년 총선의 승패를 가를 '중원'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도 영남권 중에서 야당의 공세가 가장 거센 곳이다.

부산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에 "부산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박빙의 판세가 연출되는 등 야당이 호시탐탐 노리는 지역"이라며 "김 의원의 정책위의장 발탁은 부산 지역에 대한 새누리당의 위기의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