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유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유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의원총회에서 모아진 사퇴권고 결정을 수용해 사퇴하면서 향후 당·청 관계와 여당 권력구도 재편에 관심이 쏠린다.

비박근혜계 ‘투톱(김무성 대표·유 원내대표) 체제’에 균열이 가면서 이 틈을 노린 친박계의 공세와 비박계의 반격이 뒤따를 전망이다. 파국으로 치닫던 당·청 관계는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갔지만 친박·비박 간 계파 싸움으로 언제 다시 틀어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해온 청와대의 뜻이 관철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당에 대한 장악력 회복은 물론 집권 3년차 국정과제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박 대통령과 친박으로선 친정체제 구축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나온 ‘제왕적 리더십’ ‘대통령의 사당화’라는 비판 여론은 향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작년 7월 전당대회와 올해 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원회 의장직을 비박계에 내주며 수세에 몰렸던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당내 세력 확장에 나설 태세다. 하지만 비박계에 비해 여전히 수적 열세여서 당장 공석이 된 원내사령탑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청와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유 원내대표의 낙마를 이끈 친박계에 대한 불만과 견제로 비박계가 재결집하면 친박계가 오히려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재선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권고한 의총 결과는 여권 공멸을 막기 위한 의원들의 현실적 판단이었다”며 “당의 무게 중심이 비박계에 있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퇴를 압박하는 청와대와 버티는 유 원내대표 사이에서 적절한 중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김 대표가 당 대표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던 ‘수평적 당·청 관계 구축’이 공염불이 됐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의원들이 자체 선거를 통해 뽑은 원내대표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사퇴시키는 결과가 되면서 김 대표의 리더십도 타격을 입게 됐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계파 갈등은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고조될 전망이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놓고 친박계의 비박 지도부 흔들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내 계파 갈등과 권력 투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천문제”라며 “공천권 행사를 둘러싼 청와대와 당 지도부 간 이견으로 당·청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