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드러난 '세종시 부작용'의 민낯

국·과장은 서울, 사무관은 세종시 '이원화'
물리적 거리가 만든 '심리적 비효율' 심각
현장감 떨어지고 업계와 네트워크도 끊겨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한 지 3년째에 접어들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정책 품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등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예전보다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의 출근길 모습. 한경DB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한 지 3년째에 접어들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정책 품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등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예전보다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의 출근길 모습. 한경DB

정부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 지 3년가량 지나면서 ‘세종시 해저드(hazard·위험)’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물리적인 비효율’보다 ‘심리적인 비효율’이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국·과장은 주로 서울에서 일하고, 사무관은 세종에서 고립된 이원화 체제가 굳어지면서 소통의 양과 질이 모두 부족해졌다. 심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벽’이 쌓이면서 정책의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천 시절과 달리 업계와도 소원해지면서 현실에서 괴리된 정책이 빈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떨어진 위기 대응능력

[세종시 해저드에 빠진 한국] 메르스 대응 우왕좌왕, 병원 오기(誤記)…"관료사회 나사가 풀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세종시 해저드’의 축약판으로 꼽힌다. 세종시 이전 이후 처음 맞는 국가 비상상황에서 정부는 서울과 세종(보건복지부), 오송(질병관리본부)을 오가면서 우왕좌왕했다. 결국 방역 ‘골든타임’을 놓쳤고, 메르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세종에 자리잡은 대책본부는 메르스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수도권 지역과도 떨어져 있었다.

메르스 확산 우려가 높았던 지난달 중순에는 방한한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방역 주무장관 대신 외교부 장관을 만나는 일도 있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이 아닌 대책본부가 있는 세종에 머물고 있어 면담을 하지 못한 것이다.

세종시 이전으로 관료사회 특유의 조직력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메르스 병원 오기(誤記)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달 전 정부는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거나 거쳐간 병원 24곳을 전격 공개하면서 일부 병원 소재지와 상호를 잘못 기재했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을 ‘경기도 군포시’로 잘못 썼고, 여의도성모병원은 영등포구가 아니라 실재하지도 않는 ‘여의도구’로 표기했다. 메르스 일일 브리핑 자료를 내면서 숫자가 잘못돼 수도 없이 정정자료를 배포하는 혼란을 주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통령령’이라고 쓴 보도자료가 배포된 일도 있었다. 해당 부처의 보도자료는 해당 과에서 사무관이 작성하고 과장과 국장 실장 결재를 거쳐 대변인실로 넘어와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이 과정에서 아무도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제부처 A국장은 “사무관이 보고서나 보도자료를 써서 과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가면 얼굴을 바라보며 빨간펜으로 고쳐쓰면서 교육을 하던 과거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했다. B과장은 “국·과장이 자주 자리를 비우다 보니 아무래도 조직 분위기가 느슨해지고 대면보고도 줄어 어이없는 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와 담 쌓은 관가

과천 시절에는 공무원들이 담당 분야의 업계 전문가와 조찬 모임 등을 통해 현안을 파악한 뒤 정책을 입안하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세종으로 이전한 뒤엔 이런 모임 자체가 크게 줄었다. 업계와의 네트워크가 끊기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경제부처 C실장은 “국·과장이야 그나마 기존 네트워크가 있지만 세종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사무관은 업계와의 접점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D사무관은 “서울 조찬 모임에 가려면 새벽 4시반에 일어나야 한다”며 “세종으로 업계 전문가를 초빙할 수도 없고, 부른다고 해도 조찬할 장소조차 없다”고 했다.

기업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조선·해운 경기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담당 부처와 업계 간 교류는 끊긴 지 이미 오래”라고 말했다.

조진형/김재후 기자 u2@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