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해저드에 빠진 한국] 출장은 'I·V·N·W'…길 위의 공무원들
V - 서울에서 출퇴근족
N - 세종→서울→세종→서울
W - 하루에 KTX 네번 타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사이에는 출장 동선을 빗댄 ‘I·V·N·W’라는 영문 알파벳이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I형’은 서울에서 세종 또는 세종에서 서울로 가는 경우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건 ‘V형’(서울-세종-서울)이라고 부른다. 때에 따라서는 ‘N형’(세종-서울-세종-서울), 아주 드물게는 김 국장처럼 하루에 KTX를 네 번이나 타야 하는 ‘W형’도 있다.
출장 횟수가 직급이 높을수록 많은 탓에 이런 우스갯소리도 생겨났다. 1주일 중 세종시에서 머무는 날이 하루면 1급 공무원, 이틀이면 2급, 사흘이면 3급이라는 것이다. 장관은 ‘장기출장 관리’로 통한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까지 KTX를 이용해 출장을 가는 공무원은 한 달에 5000여명. 하루 평균 230명 수준이다. 이들이 지난해 사용한 출장비만 약 150억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장비 지급에 문제가 생기는 곳도 있다. 공무원들은 여비 지급 규정에 따라 국내 출장 땐 운임(실비) 외에 일비·식비(각 2만원) 4만원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대변인실은 예산이 부족해 서울 출장을 한 번 갈 때마다 지급하는 돈이 운임을 포함해 4만원이 전부다. KTX 왕복운임(3만7000원)에 세종청사와 오송역을 오가는 BRT 요금(왕복 3200원)을 합한 교통비도 안되는 수준이다.
길 위의 공무원이 많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행정 낭비라는 지적이 일자 영상회의실도 마련하고, 지난해 국토교통부에서는 ‘길 위의 과장(課長)을 없애겠다’는 선언까지 했지만 그 숫자는 줄지 않고 있다. 공무원은 오늘도 길 위에 있다.
세종=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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