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주재하기로 했던 주요 일정이 잇달아 연기되거나 변경돼 배경이 주목된다. 친박근혜(친박)계의 사퇴 요구에도 묵묵부답인 유 원내대표에 대해 청와대가 ‘유승민 배제’로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국회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 관련 당정협의는 유 원내대표가 아닌 원유철 정책위원회 의장이 주재했다. 당초 유 원내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오후 늦게 원 의장 주재로 바뀐 상황에 대해 새누리당 측은 “당정협의는 원래 정책위 소관”이라며 당·청 갈등과 무관한 실무 차원의 결정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가 그간 주요 안건 관련 당·정에는 참석해왔고,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이라는 점에서 추경 관련 당·정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로는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당 안팎에 따르면 이날 당·정은 정부 측에서 유 원내대표가 아닌 원 의장이 주재해줄 것을 요청해 주재자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의 이 같은 요청은 유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비박근혜(비박)계 측의 시각이다.

이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정협의가 끝난 뒤 추경 편성 관련 보고를 위해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는 최 부총리에게 “당정협의에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운영위원회도 공전하고 있다. 여야 합의에 따라 대부분의 상임위가 정상 가동했지만 이날로 예정돼 있던 운영제도개선소위와 2일로 잡혀 있던 운영위 전체회의는 연기됐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내가 연기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해 청와대와의 관련성을 일축했다. 연기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걸 몰라서 묻느냐”고 반문해 최근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청와대와의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에 따른 결정임을 시사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출석하는 운영위 전체회의가 열리면 당·청 간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왜 그랬는지(연기를 지시했는지) 모르겠다. 이해도 안 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이런 상황이 정부나 청와대에서 압박하는 모양새로 보인다는 질문엔 “전혀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한 의원은 “청와대가 6월 임시국회(회기 7일까지)에서는 운영위가 열리지 않았으면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여야는 운영위 회의 일정을 논의했으나 합의하지 못했으며, 청와대는 2일 예정됐던 운영위 전체회의 불참을 국회에 통보했다.

유 원내대표가 주요 일정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정부와 청와대가 그의 거취 결정을 압박하는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더라도 정부에서 원내대표 활동에 협조하지 않으면 ‘식물 원내대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