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강경파, '최고위원 동반 사퇴'로 지도체제 흔들기
朴대통령·친박 탈당 후 '신당 창당설'도 시나리오로 거론
친박세력 위축돼 '찻잔 속의 태풍' 관측도…靑 "소설같은 얘기"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촉발된 새누리당 내부 갈등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전날 박 대통령의 거부권을 수용해 재의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친박(친 박근혜)계가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를 접지 않으면서 계파간 파열음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 식구들과 함께 (당청)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몸을 잔뜩 낮췄지만 친박계는 이 정도로 전혀 수용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받았다고 비박계가 판단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기류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국회법 개정안 폐기와 더불어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완성된다고 보고 세력 결집에 나설 태세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이 게 일단락됐다고 하는데 김태호 최고위원의 얘기처럼 아직 일단락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지도부 와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극약 처방'이자 '친박의 반격카드'로도 간주된다.

현재 최고위는 김무성 대표를 정점으로 선출직인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 지명직인 이정현 최고위원과 당연직인 유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까지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원래는 9명이지만 아직 김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한 명을 공석으로 남겨 놓고 있다.

이들 가운데 서청원 김을동 이정현 최고위원은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분류되고, 김태호 최고위원 역시 거부권 정국에서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주장하며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고 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뜻을 같이 하는 최고위원들이 동반 사퇴한다면 현재의 지도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2011년 홍준표 대표 체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완패와 당시 일부 의원 보좌진의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연루 파문에 휩싸이자 당시 선출직이었던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홍 대표가 이틀 만에 백기를 들고 사퇴한 바 있다.

그 후 등장한 게 박근혜 대통령의 비상대책위 체제였다.

한 친박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사과 정도로 대충 무마시켜서 될 문제가 아니며, 최고위원 동반 사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전날 박 대통령이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정치 개혁 차원의 새판짜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탈당하거나 또는 친박계가 집단 탈당해 신진 세력을 규합해 창당할 것이라는 정계 개편 시나리오다.

앞서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후 제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던 장면과 오버랩 되는 측면도 있다.

관건은 세력 규모와 명분이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나 지방선거,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도 당장 친박계가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게다가 거부권 행사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찬반 여론이 팽팽해 어느 세력이 뚜렷한 명분을 쥐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탈당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친박계의 지도체제 흔들기도 이런 차원에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친박계인 이장우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여당이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그런 결정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체 국민에게 상당히 피해가 가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되고 원인을 제공했던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게 원활한 당청 관계를 위해 좋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박 대통령의 '배신정치 국민심판' 발언을 놓고 여권발 정계개편 및 대통령 탈당설 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소설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김연정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