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쿄 행사장

정·관·재계 인사 등 각각 1000여명 참석
도쿄선 흥겨운 사물놀이…조수미, 日 테너와 공연
[한·일수교 50년] 수교협정 당시 만든 '한글 병풍'이 연단 배경으로

22일 오후 4시30분. 일본 도쿄 쉐라톤미야코호텔. 주일 한국대사관이 주최하는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경호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동선에 반한(反韓) 시위대가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비슷한 시간 주한 일본대사관 주관으로 수교 50주년 행사가 열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앞두고 출입통제가 강화됐다. 그러나 두 나라 정상이 행사장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금세 누그러졌다.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였던 만큼 축사 도중 여러 차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서울과 도쿄 행사장에는 한·일 정·관·재계 인사 각각 1000여명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당초 불참을 통보했던 사람들도 전날 양국 정상의 참석이 발표되면서 행사장에 얼굴을 비쳤다는 후문이다.
< 화합의 목소리 > 소프라노 조수미 씨(오른쪽)와 일본의 테너 히구치 다쓰야가 22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화합의 목소리 > 소프라노 조수미 씨(오른쪽)와 일본의 테너 히구치 다쓰야가 22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행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서울에서는 일본인학교 학생과 서울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벳쇼 코로 주한 일본대사는 박 대통령의 참석을 언급하면서 “대통령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미소로 화답했다.

벳쇼 대사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의 표어인 ‘함께 열어요, 새로운 미래를’을 소개할 때도 한국말을 썼다. 행사장에는 1965년 12월18일 서울에서 한·일 기본조약 비준 당시 기념으로 제작한 병풍(사진)이 연단 배경으로 전시됐다. 송강 정철의 가사 작품 ‘성산별곡’을 한글로 쓴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반씩 나눠 보관해온 것으로 도쿄 행사장에도 똑같이 전시됐다.

도쿄에서는 사물놀이와 국악공연이 흥을 돋웠다. 아베 총리가 축사 중간에 “일·한 양국 간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지 않으시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박수소리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하는 동안 양국 정상이 만나 얘기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흘러나오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는 “이 맥주 한 잔으로 여러분의 노고를 한번에 날렸으면 좋겠다”고 건배사를 했다. 이어 “양국 정상이 교차 참석하는 것은 여기 있는 모두의 바람이었다”며 “이것이 실현된 것은 여러분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7시 반부터는 행사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산토리홀에서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갈라콘서트가 펼쳐졌다. 조씨는 “추위와 주림에 시달리어 한겨우내 움치고 떨며 살아온 사람들, 서러운 얘기 서러운 얘기”라는 가사가 담긴 우리 가곡 ‘꽃구름 속에’를 불러 우리 동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일본 테너 히구치 다쓰야와 양국의 화합을 상징하는 ‘투게더(Together)’라는 곡을 협연하자 양국 관객들은 환호했다. 콘서트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사촌 동생인 고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高円宮憲仁)의 부인 히사코(久子) 여사가 왕실 대표로 참석했다.

전예진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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