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역사적 기회" 강조하면서 軍위안부 문제와 아베담화 우회 언급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22일 일본에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이 이른바 '아베(安倍) 담화'를 통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할 것을 촉구했다.

한일 관계 경색의 원인이 일본의 과거사 도발 등에 있으므로 일본이 결자해지를 통해 한일 관계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접견하고 "이제는 양국이 입장차를 해소하고 공동의 이해를 확대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할 때"라면서 "양국이 신뢰를 쌓는 외교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양국 관계의 새 전기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번 8·15에 양국이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베 총리가 1965년 이후 일본 역대 내각이 견지해온 인식을 확실히 계승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언급 중 '신뢰 외교를 통한 과거 아픔 치유'는 과거사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가리킨 것으로 분석된다.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한일 양국은 외교 채널(한일 국장급 협의)을 가동하고 있다.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해온 박 대통령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법적 책임과 그에 따른 배상' 등을 요구한 피해자까지 만족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의 최종적으로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이 최종적으로 결단해야 한다.

또 "8·15에 아베 총리가 일본 역대 내각이 견지해온 인식을 확실히 계승하게 되길 기대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른바 아베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및 반성 문구를 담은 무라야마(村山) 담화(전후 50년 담화)와 고이즈미(小泉) 담화(전후 60년 담화)의 핵심 표현이 분명히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아베 담화를 통해 확실한 역사 인식을 표명해야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아베 내각의 진정성을 우리가 믿을 수 있고 한일간 관계 개선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 대통령이 이날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리셉션 축사에서도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이 과거사 치유와 확실한 역사 인식 계승을 일본에 촉구함에 따라 한일 양국이 양국 정상의 국교정상화 50주년 리셉션 교차 참석에서 더 나아가 양자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지는 이 문제들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달렸다는 평가다.

일본이 우리나라가 평가할 수 있는 아베 담화를 내놓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도 성의를 보이는 등의 여건을 조성할 경우 올 하반기에는 별도 양자 정상회담이나 다자 회담 계기에 두 정상이 만나는 방식으로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 리셉션에 참석하고 누카가 아베 총리 특사에게 "한일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였음에도 불구, 일본이 퇴행적 태도를 보인다면 모처럼 조성된 한일 관계 개선의 기회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리셉션 축사에서 "올해는 두 나라가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면서 일본에 사실상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차원으로 분석된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