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초 '역사 직시' 촉구…日도발 이어지던 작년 상반기 '초강경'
미래 강조하며 유연해진 흐름…한일 국장급협의 진전 양상 반영
주일대사 출신 이병기 비서실장 취임후 해법 중심 대응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박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 변화상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취임 이후부터 이어져 온 박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 일본의 도발과 우리 정부의 대응 상황의 변화를 읽을 수 있고, 나아가 현 정부 출범 후 2년이 넘도록 열리지 못하고 있는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도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양국관계 경색의 가장 큰 원인인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꾸준히 '역사 직시'를 촉구해왔지만, 수위와 강도는 당시 상황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취임 초기 박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원칙적 강경론'을 이어갔다.

양국관계가 일본의 독도 도발로 악화돼 있었고, '극우'로 평가받는 아베 정권이 2012년 말 재집권한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3·1절 기념사),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와 상대방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없으면 미래로 가는 신뢰를 쌓기 어렵다"(광복절 경축사)고 말했다.

이듬해인 2014년 3·1절 기념사에서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더욱 강경해졌다.

2013년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고노(河野) 담화 수정 시도 등 일본의 역사왜곡이 노골화되면서 박 대통령도 과거사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향해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새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 "정치적 이해만을 위해 그것(위안부 문제)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일관계 경색국면의 장기화, 동북아 외교지형 급변에 따른 양국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아베 내각이 추가도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 나타난 대일 메시지는 다소 누그러진 양상을 보였다.

"올바른 역사 인식과 지혜 및 결단"을 일본 지도자에게 요구하면서도 그들에 대한 날선 비판은 자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때 한일관계가 건실하게 발전할 것"(2014년 광복절 경축사), "피해자 마음에 상처를 주는 퇴행적 언행이 반복되지 않는게 양국 관계 발전을 이루는데 중요하다"(2014년 10월 일한의원연맹 대표단 접견)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관계 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강조한 것이다.

올해 들어 박 대통령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 도발이 이어지면서 3·1절 기념사에서 다시 한번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전반적인 대일 관계 인식에선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과거사·영토 문제와 경제·안보 협력 문제를 분리 대응하는 '정경분리' 기조에 따라 미래지향적 발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양국이 힘을 합쳐야 할 분야가 많은 만큼 입장차이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6월1일 한일현인회의 대표단 접견), "현안은 현안대로 풀어가면서 협력이 필요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을 찾아주기 바란다"(6월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고 언급하는 등 과거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진 모습을 보였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11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밝혔듯이 작년부터 꾸준히 진행돼온 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국장급 협의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도출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대통령의 대일 메시지의 흐름은 취임초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강경한 태도에서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유연성을 발휘하는 흐름으로,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강조 기조에서 미래를 강조하는 흐름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런 흐름에는 현 정부 초대 주일대사를 지낸 이병기 비서실장이 지난 2월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박 대통령의 대일외교 접근 방식이 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사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어가면서도 경제와 안보 등에선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데 이 실장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