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번지' 종로, 내년 총선 '빅매치' 예고
내년 4월에 있을 20대 총선을 10개월가량 남겨두고 원외(院外) 대선 잠룡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정계 복귀를 노리는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가 거론되면서 ‘빅매치’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야권에선 손학규도 거론

‘무관(無冠)’의 거물들이 종로를 노리는 이유는 이 지역의 상징성 때문이다. 종로는 ‘서울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여야 어느 쪽도 강세로 꼽기 어려운 지역이다. 윤보선(4대)·노무현(16대)·이명박(17대) 등 역대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만큼 종로에서 당선되면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키울 수 있다. 이곳은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2년 총선에서 친박계 핵심인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정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종로를 노리는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그는 최근 서울 동작구에서 종로구 평창동으로 주소를 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총선에서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는 오 전 시장도 종로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쉬운 지역구에 가서 ‘이지고잉(easy going·쉬운 길을 찾아가는 것)’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종로에서 16·17·18대 3선을 지낸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과 안대희 전 대법관, 조윤선 전 정무수석도 종로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선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이 지난달 초 경기 분당에서 종로구 구기동의 한 빌라로 이사하면서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종로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해석이 나온다.

◆대선 잠룡 본격 행보

다른 대선 잠룡들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할 뜻을 굳혔다. 차기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새정치연합 의원과의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문수계’로 꼽히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김 전 지사의 수성갑 출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잘못된 선택”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강은희 의원도 수성갑 당협위원장에 도전하면서 “우리에겐 지역구를 대권을 향한 디딤돌로 삼을 국회의원이 필요한 것 아니다”고 김 전 지사를 겨냥하기도 했다.

야권 원외 인사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신학용 새정치연합 의원이 최근 검찰에서 ‘입법 로비’ 의혹으로 징역 5년을 구형받자 신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갑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수원 영통 지역구를 같은 당 박광온 의원에게 물려준 김진표 전 의원은 수원의 지역구 분구에 대비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영/진명구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