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독립은 그 자체로 근대국가의 이상이다. 공정한 판결을 위한 조건 중의 조건이다. 국회는 지금 사법부 영역에까지 밀고 들어서고 있다. 국회는 국정감사권, 입법권 등의 권한을 무기로 흔들며 사법부를 침탈한다. 지난해 말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에서 1심 재판부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무죄로 판단한 데 대해 “판결이 잘못 됐으니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을 몰아세웠다. 국정감사장이 사법부를 길들이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특검 역시 사법부 지배용으로 동원된다. 지난해 2월 당시 민주당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결조차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치재판 인민재판을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별법을 통해 재조사키로 한 ‘세월호 사건’도 본질은 같다. 이미 법원이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재조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사부재리의 법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게 국회다. 특히 야당은 노골적으로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 소위 ‘을지로위원회’는 기업을 찾아다니며 법원 영장도 없이 회사 기밀자료를 요구하는가 하면 소송 중인 기업에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라고 압력을 넣기도 했다.

국회가 무소불위의 사법침해적 입법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회가 엄벌주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도덕과 법을 혼동하는 소위 ‘그랬으면 좋겠다’류의 법을 마구 찍어내는 것도 그중 하나다. 기업활동의 자유, 사적 자치 등은 아예 모르쇠다. 개인끼리 민사로 다툴 사법(私法)의 영역을, 국가가 개입하는 공법(公法)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과잉범죄화도 다반사다. 무조건 잡아 넣고 형무소로 보내라는 것이다.

법이 너무 많이 쏟아진다. 19대에서만 의원 발의 법안이 벌써 1만4000건을 넘었다. 이렇게 쏟아지는 법들을 모두 반영한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들이 잇달아 나와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숨을 짓고 내심 반발하게 된다. 법이 제멋대로 만들어지니 정부도 자의적인 시행령을 찍어낸다. 이 때문에 시행령을 다시 심사해 행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정치권의 ‘무소불위법’이 이번에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사법부 침탈 작업은 입법 과정에서 더 은밀하게 진행된다. 아예 양형규정까지 법에 넣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은 횡령, 배임액 규모가 5억원 이상일 때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해 원천적으로 집행유예를 차단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012년에 발의했다. 법원의 권한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흔들고 있다. 삼권분립이 부정되고, 오로지 정치적 결정만이 법을 대체하는 ‘법치파괴’는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의회독재’이며 ‘인민위원회’에 불과할 뿐, 정상적인 국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