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7개월 우여곡절 끝 새벽 처리

내년부터 20년 걸쳐 연금 지급률 단계적 감축
1996년 9급 임용자, 지금보다 매월 7만원 줄어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부터 시행된다. 지금에 비해 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바꾼 게 핵심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지급비율을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춘 뒤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구조개혁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 개혁이 앞서 세 차례 개혁처럼 구조개혁이 아닌 모수개혁에 그치면서 재정 절감폭이 크게 줄어 재정 절감 효과가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연금 '반쪽 개혁'] 新공무원연금, 더 내고 덜 받는다지만…5년 뒤 적자수준 원위치

○처음 등장한 ‘구조개혁적 모수개혁’

공무원연금 지급률(연금액을 결정하는 수치)은 현행 연 1.9%에서 20년에 걸쳐 1.7%로 낮아지고, 기여율(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은 현행 연 7.0%에서 5년에 걸쳐 9.0%로 높아진다.

인사혁신처의 재정추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시행으로 2016년부터 2085년까지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총재정부담금은 약 1654조원이다. 같은 기간 지금의 연금 구조가 유지될 경우 소요되는 금액(약 1987조원)보다 333조원가량 절감된다. 총재정부담금은 국가가 대신 내주는 기여금 및 퇴직수당, 연금 적자에 따른 보전금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정치권 협상 과정에서 후퇴

새누리당과 정부는 당초 공무원연금 지급비율을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춘 뒤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구조개혁안을 제시했다.

기여율은 높이고, 지급률은 낮춰 단순히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을 넘어 공무원연금 지급 체계를 뜯어고치겠다는 구상이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1월 연 1.9%인 지급률을 2026년까지 1.25%(30년 납입 기준)로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렇게 되면 소득대체율은 현행 62.7%(1.9%×33)에서 37.5%(1.25%×30)로 크게 줄어든다. 2016년 이후 임용된 신규 공무원의 지급률은 1.15%에서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1.0%(현행 국민연금 지급률)로 내리는 방안을 내놨다. 인사혁신처는 재직자 연금 지급률을 2016년부터 1.5%로 낮추고 신규 공무원은 1.0%로 깎는 방안을 제시했다.

새누리당과 정부의 구조개혁 방침은 야당과 공무원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여당과 정부는 연금 실무기구 논의 과정에서 신규와 재직 공무원을 구분하는 구조개혁을 포기하고, 공무원 전체를 한데 묶어 지급률을 똑같이 1.65%로 낮추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신규와 재직공무원에게 동일하게 기여율 10%, 지급률 1.65%를 적용하는 ‘김용하안’이 떠올랐다. 현행 기여율(7%)보다 3%포인트 올리고, 지급률은(현 1.9%) 0.25%포인트 내리는 방식이다.

이마저도 협상 과정에서 지급률은 1.7%로 올리고, 기여율은 1%포인트 내린 9%로 결정되면서 당초 개혁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

○5년 뒤 적자 보전금 또다시 원위치

지금의 연금 구조가 유지되면 정부가 2030년까지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예산은 133조359억원이다.

인사혁신처는 연금 개혁을 통해 같은 기간 적자 보전금이 46%가량 줄어든 72조1782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현 연금 구조 방식이 계속되면 내년 한 해 동안 3조6575억원의 적자 보전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번 연금 개혁으로 내년 적자 보전금은 2조1689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인사혁신처의 설명이다.

다만 2020년까지 매년 평균 2조원대를 기록하던 적자 보전금은 2021년에 3조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연금 개혁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매년 평균 4조8000억원가량의 세금이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에 투입된다.

앞서 1995년, 2000년, 2009년 시행된 세 차례 개혁에 이어 이번 개혁 역시 기여율과 지급률을 일부 수정하는 모수개혁에 그치면서 벌써 추가 연금개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공무원연금 구조개혁

신규와 재직 공무원의 기여율 및 지급률을 분리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에 통합하는 방식.

■ 모수개혁

연금 구조 틀을 그대로 둔 채 지급률과 기여율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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