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서열역전' '기수파괴' 인사 경향 두드러져
이완구도 황우여 상급자로 배치…황교안 총리 발탁도 같은 흐름
홍용표 통일·우병우 민정수석도 예상밖 파격 인사

박근혜 대통령이 올들어 '서열 역전, 기수파괴'로 해석되는 고위직 인사를 잇따라 단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21일 58세의 황교안 법무장관을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8년 만의 50대 총리 탄생이자,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등 친박 실세 장관들이 포진한 내각을 이끄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내각에서 일종의 서열역전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박 대통령이 이러한 인사 스타일을 처음으로 선보인 것은 지난 1월23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완구 의원을 총리로 발탁했을 때다.

당시 최 경제부총리와 황 사회부총리 등 친박 핵심 정치인이 먼저 둥지를 틀고 있던 내각에 이 총리가 국정의 2인자로 화려하게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황 부총리의 경우 국회의원 선수로 따지면 5선으로 가장 높았고,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 대표까지 역임했다.

또한, 최 부총리는 이 후보자와 같은 3선이었고, 이 후보에 앞서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따라서, 당시 이완구 총리 낙점 인사를 놓고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수나 당직 경험 등의 서열보다는 국정운영 방향에 맞춰 적임자를 발탁하는 인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이 총리 지명과 같은 날 임명된 우병우 민정수석의 승진 기용도 '기수 파괴' 인사로 주목받았다.

박 대통령은 당시 김영한 전 민정수석(사법연수원 14기)의 후임으로 우 민정비서관(48. 19기)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특히 우 수석 승진 기용을 놓고 검찰 내에선 '우병우 쇼크'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김진태 검찰총장(14기) 기수와 같거나 높은 인사가 민정수석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9기의 40대 민정수석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어 2월 17일 단행된 4개 부처 개각에서도 또 한번의 파격 인사가 나와 관가를 술렁거리게 했다.

홍용표 통일비서관(1급)이 차관을 건너뛰고 통일부 장관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열역전, 기수파괴' 등 파격인사의 대상이 된 인물들은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황 장관은 초대 내각 멤버로 그동안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국정원장 후보로 계속해서 거론되는 등 박 대통령이 믿고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이 전 총리도 지명 당시 세월호특별법 등 현안을 잘 처리해 박 대통령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우 수석과 홍 장관도 청와대 내에서 깔끔한 일처리로 박 대통령의 눈에 든 케이스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서열역전이나 기수파괴 등을 염두에 두고 인사를 한 것이 아니라 적임자를 찾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잇따른 파격 인사는 관료조직에 긴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