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허가 돌연 취소로 준비된 원고에서 관련 부분 생략

개성공단 방문이 돌연 무산되면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읽지 못한 원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반 총장은 20일 오후 유엔한국협회(UNAROK), 유엔협회 세계연맹(WFUNA), 한국외교협회(KCFR)의 공동 주최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특별행사'에서 영어로 연설을 했다.

그러나 북측이 이날 오전 개성공단 방문 허가를 돌연 철회하면서 당초 준비됐던 연설문에서 관련 부분에 대한 언급은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개성공단 방문을 전제로 쓰였던 연설문에서 반 총장은 평양에서 남북은 물론 전 세계를 향해 발신한 메시지를 담았다.

현장에서 취재진에 미리 배포된 연설원고에는 "개성에서 저는 저의 방문이 도움이 되고, 관련 당사자들과 긴밀히 협의가 되면 평양을 방문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다시 언급할 것"이라고 돼 있다.

이어 "저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면서 "유엔은 도우려고 있고, 우리는 지금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저는 기부자들에게 구호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한다"고도 했다.

유엔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우회적 표현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 간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표현도 담았다.

반 총장의 연설문에는 지난 3월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서 한 얘기도 소개됐다.

반 총장은 "저는 역내 국가들 간, 특히 한중일간 대화는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저는 진정한 화해와 화합,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이날 실제 연설에서 북한이나 일본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또 실제 연설 내용도 당초 원고에 구애받지 않고 대부분 개발협력이나 기후변화, 인권 문제 등에 할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