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에 "자제심 갖고 대처" 촉구…주권침해 우려는 "미신" 일축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18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밝힌 입장은 미국의 기존 '원칙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 이후 국내 일각에서 미일동맹의 역할 확대에 대한 우려가 이는 데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불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케리 장관은 이날 한일 간 역사 문제에 대해 "양국이 민감한 역사 문제에 대해 자제심을 갖고 대처하고 계속 직접 대화하며 서로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 모두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어느 한 쪽에 적극적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성격을 '끔찍하고 극악한(terrible, egregious) 인권위반'이라고 규정한 것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해 4월 방한 시 발언과 동일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런 인식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국무부 논평 등에서 똑같은 표현으로 반복돼 왔다.

반면 케리 장관은 미일 방위협력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도 '미신(mythology)'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는 등의 강력한 표현으로 한국의 주권 침해 우려를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일본과 미국이 국제법에 위배되거나 대한민국이 승인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은 절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한국과의 협의를 통해 나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이후 국내에서는 자위대가 우리의 충분한 사전 동의 없이 한반도 영역에 진입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아 왔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이를 '근거가 없는 믿음'으로 일축한 것이다.

케리 장관의 이런 언급은 기본적으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에 무게를 두면서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을 바라보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한미·미일 동맹이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에서 두 축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 악화가 동북아 전략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게 미국의 기본 인식이다.

이런 점에서 이날 언급은 한일 과거사 문제와 안보협력 문제를 분리하려는 데 방점을 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 아베 정부가 여전히 과거사 문제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만큼, 미국이 좀더 적극적인 중재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접국과 좀 더 튼튼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좋은 방식으로 과거사 문제에 접근하라고 계속 일본을 독려하고 있다"는 케리 장관의 언급이 8월 '아베 담화'까지 얼마나 실제 효과를 발휘할지가 관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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