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선긋기 불구, '성완종 리스트' 국면과 맞물려 관심
정치적으로 해석될 행보 자제…박 대통령과의 면담 주목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오는 18일부터 닷새간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반 총장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를 일컫는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정치권 안팎에서 화제에 오르고 있다.

반 총장의 방한은 2013년 8월 유엔 직원에게 주어지는 '귀향 휴가'를 이용해 다녀간 이후 약 2년만이다.

반 총장은 입국한 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고위 인사들을 만나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다양한 유엔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보는 가급적 자제할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동안 반 총장은 '반기문 대망론'이 국내에서 회자될 때마다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그럴 여력이 없다"고 여러 차례 분명한 '선긋기'를 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 신중한 행보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국민은 반 총장 방한내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과 그의 잠재적 폭발력에 주목할 것이라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더욱이 이번 방한은 '반기문 대망론'을 정치권에 마케팅하고 다녔던 인사 가운데 한 명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고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미묘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반 총장과의 관계 탓이라며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를 막고자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반 총장은 성완종 파문이 터진 뒤 성 전 회장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고 여러 차례 해명한 바 있다.

그렇지만 반 총장의 동생이 성 전 회장이 운영했던 경남기업에서 일했고, 조카도 경남기업에서 추진했던 베트남 '랜드마크 72'사업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방한을 계기로 '반기문 대망론'과 '성완종 리스트 정국'이 연결되면서 국민의 관심을 촉발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 총장은 자신의 이번 방한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로인해 반 총장은 매번 귀국 때면 어김없이 고향이자 선산이 있는 충북 음성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방문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괜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행보는 원천차단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국내정치와 연관해서 이목을 끄는 것은 일정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이다.

반 총장은 작년 11월 미얀마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 이후 6개월여만에 박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데, 어떤 대화가 오갈지 주목된다.

반면에 '반기문 대망론'은 실제가 아닌 호사가들의 얘기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충청권에서 그분이 정치할 거라는 기대 자체가 별로 없다"며 "충청권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이는 분위기가) 전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충청권 의원도 "반 총장이 충청권 의원들과 교류도 없고 충청권에 관심을 갖고 관리해온 것도 전혀 아니다"라며 "언론에서 밥상을 차려주면 어떨지 모르지만 본인이 지금까진 충청권의 대표주자로 서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