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래지만 만수거" 국민에 감사…"굴속속에서도 역사는 우리 편"
"정치의 열매 국민께 충분히 돌려 드리지 못해 아쉬워"
현 정부·과거 정부 인사 비롯, 각계 4백여명 참석해 축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14일 자신의 일대기 사진을 모은 화보집 출판기념회에서 "역사 앞에 떳떳했다고 자부한다"며 자신의 정치 인생을 회고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화보집 '운정 김종필 한국 현대사의 증인 JP 화보집' 출판기념회 인사말에서 "내 좌우명은 일상사무사(日常思無邪)"라면서 "사(邪)를 버리고 정(正)을 취할 때 역사는 우리 편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지금 비록 손에 쥔 것은 별로 없지만 역사 앞에 떳떳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먼저 자신의 정치 인생에 도움을 줬던 많은 사람들과 국민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김 전 총리는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라고 한다"면서 "저 역시 이 세상에 나올 때는 빈손으로 나왔다.

여러분들의 열정 어린, 고마운, 평생에 느끼지 못했던 선물을 제가 혼자 안고 가기에는 벅찰 정도로 주신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그러면서 "공수래공수거를 고쳐서 말씀드린다.

공수래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공수거가 아니라 '만수거(滿手去)'다"라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여러 굴곡을 지나 오늘의 발전된 조국을 보면서, 그래도 역사는 우리 편이라는 것을 느낀다"며 "역사는 갈지자로 어긋나고 비틀거리더라도 결국은 정의를 향해 나아간다는 진실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정치 인생 중 아쉬운 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김 전 총리는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고도 걱정을 끼친 내 정치 인생을 뒤돌아보면서 '정치는 허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정치의 열매'를 국민께 충분히 돌려 드리지 못한 점도 아쉽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행사장에 측근인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다만 단상 위에서 연설을 할 때도 휠체어에 앉은 채 옆 사람의 도움을 받아 원고를 넘겨가며 말을 이어갔고, 간혹 연설 도중 힘을 주어 얘기할 때는 손에 잡힌 원고가 흔들리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에도 행사장을 떠나는 참석자 수백명의 손을 일일이 맞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출판기념회에서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 이한동 전 국무총리, 신경식 헌정회장,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이 축사를 했다.

이 전 총리는 "그(JP)의 일거수일투족이 역사가 되고 전설이 됐다"며 "(이번에 출간된) 화보책 구석구석에서 그의 땀방울이 맺힌 절차탁마의 발자취를 좇을 수 있다"고 출간 의미를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는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과 청와대 조윤선 정무수석비서관, 영화배우 이영애 문희씨, 가수 하춘화등 400명 안팎의 사람들이 행사장을 가득 매웠다.

한편, 오는 27일에는 김 전 총리의 일생을 그린 만화 '불꽃' 출판기념회가 조선호텔에서 열린다.

김 전 총리의 군 복무 시절과 자유민주연합 총재, 국무총리 시절까지 40여 년의 정치 역정을 전문 작가가 그렸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