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페이고 원칙] 미완의 '국회 페이고법' 10년째 방치한 여야
국회법상 국회의원은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법률안을 제정할 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국회법 제83조의 2’에선 상당한 규모의 예산 또는 기금을 수반하는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관위원회는 미리 예결위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05년 신설된 이 조항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무분별한 입법을 차단하기 위해 예결위에 강력한 심사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예산이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재원 조달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는 이른바 ‘페이고(pay-go) 조항’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유명무실하다.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한 규모의 예산 또는 기금을 수반하는 법률안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83조의 2’ 5항에선 구체적인 예산액 등 적용 범위를 국회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지만 10년째 정하지 않고 있다. 해당 국회 규칙은 국회의원과 관련된 사항이어서 국회 운영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의결(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을 통과해야 한다.

국회 관계자는 “이 페이고 조항의 규칙이 정해지면 입법 과정에서 모든 법률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것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재정 필요 법안은 예결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반대가 심하다”며 “예결위도 별다른 의지가 없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페이고 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사문화된 ‘국회법 제83조의 2’ 조항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페이고 법안 통과에 앞서 ‘미완의 페이고 조항’부터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페이고법 통과는 둘째치고 국회법 관련 규칙만 정해져도 무분별한 입법 발의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