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고용창출지원사업은 근로시간 단축, 고용환경 개선 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린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국고보조금 사업이다. 예산 대비 불용액 비율이 2011년 65.9%, 2012년 56.3%, 2013년 44.4%에 이를 정도로 실적이 저조했다. 주어진 예산의 절반밖에 쓰지 못한 것이다. 2013년에는 사업주와 컨설팅업체가 공모해 이중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14개 업체가 지원금 3억4000만원을 부정 수급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눈먼 돈' 국고보조금] 절반도 못 쓴 '고용지원 예산' 4배로…'쪽지 보조금' 남발하는 국회
그런데도 고용부는 2014년 예산으로 전년도 결산액(265억원)보다 4배가량 많은 1132억원을 배정했다.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 변경을 예상해 예산을 늘렸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로 쓰인 돈은 347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에는 남은 예산 192억원을 예산이 부족한 고용촉진지원사업에 전용했다. 올해 배정된 예산은 900억원. 현재까지 집행률은 20% 남짓이다.

○‘일단 따놓자’는 부처와 지자체

국고보조금의 2012~2015년 연평균 증가율은 8.8%로 국가 예산 증가율 4.9%를 웃돈다. 하지만 올해 58조4000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은 ‘눈먼 돈’ 취급을 받고 있다.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일단 최대한 많이 따놓고 보자’는 입장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도 있다. 교육부의 ‘국립대학 교원 성과 제고’ 사업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보조금 운용 평가에서 ‘즉시 폐지’ 판정을 받았다. 국립대 교원 중 성과연봉제를 적용받지 않는 교원에게 실적과 연계한 보수를 지급하기 위해 만든 사업이다. 지난해 국립대 모든 교원이 성과연봉제를 적용받으면서 사업 대상이 조교밖에 남지 않았다. 조교가 성과금을 받기 위해서는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바꿔야 한다. 교육부는 올해 사업명을 ‘국립대학 조교 연구성과금 지원’으로 바꾸고 예산 19억6400만원을 책정했다.

사후 관리감독도 느슨하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2013년 12월부터 1년간 보조금 관련 비리를 집중 단속해 5552명의 비리범을 적발했다. 부당 지급받거나 유용한 보조금은 3119억원에 이르렀다.

○부실 보조금 뒤엔 지역구 의원

부실한 국고보조금의 뒤에는 지역구 민원을 무시할 수 없는 국회의원이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이른바 ‘쪽지 예산’의 상당수는 보조금으로 편성된다. 올해만 해도 대구 아시아 오케스트라 심포지엄 지원(문화체육관광부·5억원), 응봉 구사거리 교차로 개선사업(행정자치부·5억원), 부산 K슈즈비즈센터 지원(산업통상자원부·5억원) 등이 그랬다.

국고보조금을 따내는 전문 브로커도 있다. 수원지검은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지구 내에 있는 분묘 100여기를 허위 이전하는 방식으로 분묘 이전보상금 3억5000만원을 챙긴 브로커와 장묘업자, LH 직원 등을 지난해 구속했다. 브로커들은 가짜 유족을 모집해 보상금을 타냈다. LH 직원들은 브로커들에게 정보를 넘기고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

○부처 간 중복 사업 막기 어려워

정부는 올해 보조금 사업을 전수 조사해 내달 평가 보고서를 내놓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매년 보조금 사업의 3분의 1을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보조금 사업 수를 10% 줄일 방침이다.

하지만 각 부처가 제각각 사업을 진행하는 데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없어 재정 누수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예로 행자부가 차상위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은 지자체가 시행하는 공공근로사업과 대상 및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 국고보조금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이 정부를 대신해 하는 사업에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예산. 의료·복지 서비스와 도로 항만 등 건설사업, 재해복구 사업 등이 포함된다.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상 사업과 국고보조율, 금액 등은 매년 예산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정한다.

세종=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