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북한 현영철 처형'

경제정책·이권 놓고 대립
김정은 체제 불안 오래 갈 듯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영철의 죄목으로 알려진 ‘불경(不敬)’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 군과 당의 갈등 심화, 정치적 권력 암투, 경제적 이권 다툼 등 복합적인 요인이 연계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영철의 숙청을 노동당의 군부 견제로 해석하고 있다.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군 서열 2위인 현영철이 당 조직지도부 출신인 황병서와 충성 경쟁을 벌이다 패배했다는 분석이다. 장성택 숙청을 주도했던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황병서와 긴밀한 관계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2년 7월 숙청된 이영호 전 총참모장도 최용해 당시 총정치국장과의 싸움에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군 핵심 실세들이 줄줄이 제거됐고 현영철은 군을 대표하는 마지막 인물이었다”며 “노동당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군부와 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 군부가 기업체의 기업활동과 대외 사업, 외화벌이 등 사업을 총괄하다 보니 이권의 배분을 놓고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광진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은 “인민무력부장은 군수 물자 공급 등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자리로 현영철은 경제 이권이 가장 많은 인물”이라며 “김정은 집권 이후 이권 재분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도 경제적인 이유에 무게를 뒀다. 존 메릴 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 국장은 “(김정은이) 자원과 돈을 어디에 투입할지를 놓고 (군부와) 이견이 생겼을 수 있다”며 북한 군부 고위 인사들이 숙청된 반면 경제 담당 관료들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 국제분석국장은 “김정은이 경제를 중시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여전히 경제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상쇄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현영철 숙청 이후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영철이 숙청되더라도 권력 지분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용수철을 누르던 힘이 빠지면 튕겨 나오듯 내부 분란은 숙청 때마다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이 할 수 있는 일은 용수철을 누르는 단기적인 방법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한범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군의 특성상 완전한 장악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며 성패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군부에 대한 확고한 장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채찍’을 일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안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김정은의 정권 기반이 안정된 것으로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전예진/김대훈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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