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잠수함 대전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소설 해저 2만 리를 쓴 것은 1869년이었다. 벌써 146년 전에 그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잠수함을 만들어내고 ‘노틸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로부터 85년이 지난 1954년, 미국은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을 진수하면서 이를 ‘SSN-571 노틸러스’로 명명했다. 19세기 소설의 상상이 20세기 핵잠수함으로 이어진 셈이다.

잠수함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진화를 거듭했다. 1차 대전 개전 때부터 독일의 U-21이 영국 순양함 패스파인더를 격침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해저의 최종병기’로 이름을 날렸다. 처칠 영국 총리가 “전쟁 기간 중 나를 두렵게 한 것은 오직 U보트에 의한 공포였다”고 회상할 정도였다. ‘특전 U보트’나 ‘크림슨 타이드’ 등 잠수함을 다룬 영화도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다.

잠수함 종류는 추진 방식에 따라 원자로를 사용하는 핵추진 잠수함과 재래식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디젤 잠수함으로 나눈다. 임무에 따른 구분으로는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SSBN)과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SSN), 순항 미사일 원자력 잠수함(SSGN)이 있다. 지금이야 첨단 기술 덕분에 내부 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엔 ‘지옥의 찜통’으로 불렸다. 엄청나게 더운 데다 햇볕이 없고 통풍도 안 되는 밀폐공간이었기에 승조원들의 고생은 말할 수 없었다.

그런 고통을 해결해준 것은 원자력이었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전기로 바닷물을 분해해 산소를 얻고, 첨단 정화장치를 돌림으로써 맑은 공기를 얻을 수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연료탱크가 필요없으니 그만큼 신선한 식량과 편의시설도 더 갖추게 됐다. 작전지속 시간도 크게 늘어났다.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계기로 동북아 바다 속 잠수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북한은 잠수함과 잠수정 70여척을 갖고 있다. 중국은 신형 디젤잠수함과 핵잠수함 등 65~70척, 일본은 18척, 러시아는 64척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6번째로 잠수함사령부를 창설했지만, 보유 잠수함은 아직 13척에 불과하다.

우리 해역에서는 이미 주변국들의 잠수함 대결이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수심이 깊은 동해는 잠수함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각국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니 걱정스럽다. 동북아의 복잡한 영토분쟁과 군사력 확장 분위기를 감안해 대형 잠수함 확보 전략을 앞당겨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