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동북아 지역의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일각의 대일 외교정책 기조 전환 요구에 대해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 관련, "우리 외교는 과거사에 매몰되지 않고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 한미동맹과 한일관계, 한중관계 등의 외교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위해 앞으로도 소신 있게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 라인에 '소신 외교'를 주문한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과거사와 경제·안보 문제 등은 분리해 대응한다는 현재의 대일 외교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 현안은 그것대로 계속 해결을 추구하고 이와 별도로 경제 문제나 안보 협력 등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비슷한 시간에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에서 윤병세 외교장관도 대일외교 전략에 대해 "역사는 단호하지만 북핵 문제를 포함해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또 경제·문화(협력)는 확실히 강화한다는 투트랙 전략에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고 강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대응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등으로 미일 양국이 신(新) 밀월 시대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영토 문제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댜오)를 놓고 강하게 대립하던 중국과 일본의 정상이 지난달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서 만나는 등 동북아 외교 환경이 급변하면서 국내에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유연한 대응과 일본과의 관계 개선 회복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우리나라가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과거사 문제를 넘어 외교적으로 '일본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과거사 문제에 대한 그간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일 정상회담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과거사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전을 사실상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다.

2013년 2월 취임한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다자 회의 계기에 만난 것 외에 정식 양자회담은 하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고 스스로 과거사 문제에 매몰돼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우리가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해 과거사와 다른 현안을 더 적극적으로 분리해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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