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개악하는 국회] 서비스산업발전법·관광진흥법, 1000일 동안 국회서 '낮잠'
경제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손꼽히는 법안들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여야가 당리당략에 매몰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미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법안이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과 연계된 법으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를 만들고 5년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법은 2012년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1000일 넘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야당 측에서 ‘의료 민영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보건·의료 부문을 제외하고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이 법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안건 심의 순서에 대한 갈등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학교 앞 정화구역(50~200m)에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2012년 10월 국회 제출 이후 정체 상태다. 빠르게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 등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임시 국회를 마무리하면서 이 법의 4월 국회 우선 처리를 합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지금도 학교 위생정화구역에 건설을 신청하는 호텔 중 70% 이상은 허가가 나는 데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의사의 원격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과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 설치법 등 다른 경제활성화 법안에 대해서도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회기 마지막 본회의는 6일이다. 그전에 여야가 합의를 이루더라도 법제사법위원회 숙려 기간(5일간)에 예외를 두지 않는 한 이번 국회 처리는 힘들 전망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