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낙선인사…일각 "석고대죄 삼보일배라도 해야"
비노측 '정중동'…"야당, 개혁에 힘 안쓰고 분열할까 염려"

새정치민주연합에 몰아닥친 4·29 재보선 전패의 후폭풍이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4일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 패한 광주 서을 지역을 찾아 텃밭 달래기에 나서는 등 수습에 부심하고 있지만, 성난 민심을 되돌리며 천정배발(發) '호남 신당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의 의사결정 방식을 둘러싼 최고위원들의 불만이 증폭되며 지도부내 균열상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고, 비노 진영을 중심으로 '친노 책임론'의 불씨를 살려가려는 흐름이 감지되는 등 원심력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당 안팎에서는 오는 7일 원내대표 경선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당내 계파갈등의 격화냐, 봉합이냐를 가를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文, 호남 메시지 주목…비노 "광주 방문, 근본 수습책 안돼" = 문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낙선인사차 광주로 내려가 경로당, 마을회관, 향토마을 등 바닥을 훑을 예정이다.

김영록 수석대변인, 김현미 비서실장 등 '최소인원'만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패배 후 당 대표가 직접 낙선인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텃밭의 동요가 만만치 않은 현실에 대한 위기감이 발동된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문 대표가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문 대표는 광주에 이어 다른 재보선 지역도 적당한 시점에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당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석고대죄'한다는 차원에서 '삼보일배'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한 핵심 인사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자칫 정치적 쇼로 비쳐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비노(비노무현)측 인사들은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단순히 광주를 찾는 것만으로는 민심 수습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회의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광주 선거 패배를 '친노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 문 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를 공개적으로 펴온 광주 출신 박주선 의원은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이 친노 패권과 '문재인 리더십'을 심판한 상황에서 사퇴 또는 친노 해체 선언 등 책임지는 자세 없이 단순히 광주를 방문한다고 해서 민심이 돌아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고위원들 부글부글…"文, 일방통행 리더십 개선 안돼" =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던 주승용 최고위원의 거취 논란이 아직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문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을 둘러싼 최고위원들의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이다.

당 최고위원들은 지난 1일 주 최고위원 주도 하에 마련된 조찬 회동에서 문 대표의 일방적 의사결정 방식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조만간 문 대표에게 이를 전달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찬에 정청래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문 대표의 광주행을 놓고도 최고위원들에게는 사전 논의 없이 사후 통보했다며 "일방통행식 리더십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광주 방문도 최고위원회의 의논 과정을 '패스'한 채 결정된 것"이라며 "계속 이런 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최고위원은 "이미 광주행을 결정한 뒤인 어제(2일) '의견을 구한다'는 문자가 온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비노 진영 '정중동'…원내대표 경선이 1차 갈림길 = 비노 진영의 유력 인사들은 문 대표에 대한 공개적 책임론 거론은 일단 자제하고 있지만, 당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 속의 '정중동' 행보인 셈이다.

2·8 전대 당시 문 대표와 대표 자리를 놓고 겨뤘던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도 안다"면서 "더 장고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휴화산 상태인 내홍의 향배는 오는 7일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1차 분기점을 맞게될 전망이다.

비노 진영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할 경우 갈등이 격화될 공산이 적지 않다는 예상이다.

당 일각에서는 비노 진영내 '친(親) 천정배' 성향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 밖의 천 의원과 물밑 교감을 모색하는 흐름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트위터글에서 "야당이 국민의 경고를 오해해 개혁에는 힘 안쓰고 참패를 핑계로 분열할까 염려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임형섭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