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를 수용함에 따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 힘을 받을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은 이달 9일 사망하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인 2013년 4월4일 부여·청양지역에 출마한 이 총리의 캠프를 직접 찾아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이달 13일 성 전 회장의 금품로비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구성됐을 때 검찰 안팎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수사의 공정성'이었다.

검찰이 여권의 유력 인사를 상대로 불편부당하게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 처지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는 국정 2인자이자 내각 책임자인 이 총리였다.

헌정 이래 현직 총리를 피의자로 소환한 전례가 없다는 것도 검찰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검찰 조직을 지휘하는 법무부가 정부조직법상 국무총리의 관할 아래 있다는 것도 신경쓰이는 부분이었다.

일각에서는 '총리가 자신에 대한 수사 내용을 보고하라고 요구하면 법무부가 이를 거부할 수 있겠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그가 총리직을 내려놓으면서 검찰로서는 수사 부담을 상당 부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이 총리를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낼 동력이 확보된 셈이다.

법조계 등에서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이 총리와 1억원대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자금 수수 의혹을 받는 홍준표 경남지사 가운데 한 명을 첫 번째 수사 대상으로 꼽아왔다.

두 사람은 리스트에 실명과 수수액이 적시됐을 뿐 아니라 성 전 회장의 언론 인터뷰 녹취록을 통해 당시 돈을 주고받은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나란히 금품수수 의혹을 무마하기 위한 '말맞추기·회유' 정황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홍 지사의 측근들이 '1억원의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 총리 측도 증인격인 전 운전기사와 말맞추기를 시도했다는 증언이 나온 상태다.

수사팀으로서는 추가 증거인멸을 막고 유의미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 총리나 홍 지사에 대한 수사를 더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먼저 검찰의 사정권 안에 들어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수사팀 관계자는 "성 전 회장 측근들에 대한 조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며 "1차 조사에서 금품수수 정황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 인사가 첫 번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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