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에 가봤자 일 많고 수당도 적고…" '칼퇴근' 구청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서울시가 25개 구청과 원활한 업무 협조를 위해 지난해 도입한 ‘시·구 공무원 인사 교류’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의 업무 강도가 세고, 수당이 적다는 이유로 구청 공무원들이 서울시 근무를 꺼리고 있어서다.

시 인사과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자치구당 7명씩 총 175명의 구청 인력을 시와 교류하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파견된 구청 인력은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8명에 불과하다”고 14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25개 구청장은 2013년 행정직군을 대상으로 매년 자치구별로 4~5급 중 1명, 6급 2명, 7급 4명 등 7명을 시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민선 지방자치 시행 이후 시와 구청 간 인사 교류가 사실상 끊어지면서 업무 협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곳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일부 구청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행정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인사 교류를 시행한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올 상반기 시에 파견된 구청 인력은 36명으로, 구청당 두 명 남짓에 불과하다.

시 인사기획팀 관계자는 “본인 동의 없이는 강제로 공무원을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전보할 수 없어 현재는 해결 방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앞서 대법원은 2008년 한 공무원이 서울시장과 강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전출명령 취소 소송에서 임명권자가 본인 동의 없이 공무원을 다른 지자체로 전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사실상 신청자에 한해 인사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구에서 파견된 시 간부는 “시의 업무가 구청의 몇 배 이상이다 보니 구청 공무원들이 시 근무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 공무원 대부분이 거의 매일 야근하는 것과 달리 구청 공무원은 대부분 오후 6시 칼퇴근한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에 파견되면 보직이 하향 조정되는 점도 근무를 꺼리는 이유다. 각 구청 보직과장이 5급 사무관인 데 비해 시청에선 해당 직급이 과장 밑 팀장을 맡고 있다. 구청 공무원이 출장여비 등을 포함해 시 공무원보다 매달 30만~40만원의 수당을 더 받는 점도 시 근무를 꺼리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청 공무원들은 “구청장들이 시·구 인사 교류라는 명목으로 마음에 안 드는 공무원을 시청으로 쫓아내려 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새 구청장이 당선될 때마다 전임 구청장의 심복들을 서울시에 파견하는 행태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일부 구청에선 승진 예정자를 대상으로 그 대가로 ‘시 파견 동의 각서’를 받는 등의 편법도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