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일관계 개선 갈망…나름대로 역할 고민 중"
"아베 총리, 미 의회 연설때 주변국에 사과 기대"


한·미·일 3국의 외교차관이 다음 주 중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동한다.

이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관계의 장기경색 흐름 속에서 미국이 양국관계 개선을 중재하고 3각 안보협력을 적극적으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8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번 회의에서는 안보문제를 포함해 광범위한 의제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 핵문제 대응과 한일관계 개선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미·일 3국 국방부 차관보급 관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16일부터 이틀간 '3자 안보토의(DTT)'도 열린다.

이 고위관계자는 "미국으로서는 너무나 중요한 동맹인 두 나라가 오랫동안 불편한 관계를 겪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라며 "미국은 한일 관계 개선을 갈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나름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혀, 미국이 양국 사이에서 일정한 중재역을 맡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달 말 방미 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주변국에 대한 사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미국 행정부와 의회, 학계, 언론 등을 상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성명과 메시지가 나와서 한일관계와 동북아 정세 등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며 "결국 연설을 하는 아베 총리 본인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일부 언론이 '한국이 골포스트를 옮기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데 대해 "그것은 일본의 의도적인 의제설정"이라며 "우리는 이미 무라야마와 고노, 고이즈미 담화가 나와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후퇴해서는 역사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과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의 잇따른 과거사 관련 발언과 관련해 한국 내에서 비판적 시각이 있는 데 대해 "필요 이상으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러셀 차관보가 6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가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라고 표현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한 발언을 한데 대해 "무라야마와 고노 담화를 잊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인신매매를 언급한 것을 아베 총리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신매매는 미국에서 가장 가증스러운 범죄이며 위안부 문제처럼 국가가 개입한 행위도 여기에 속한다는 게 미국 내 관련 법규나 국제협약에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카터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일 협력의 잠재 이익이 과거의 긴장과 현재의 정치보다 중요하다'고 발언한 데 대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한국 지도자도 하는 말"이라며 "앞으로의 한·미·일 3국 간 공조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취지로 본다"고 밝혔다.

셔먼 차관의 과거사 발언에 대해서도 그는 "셔먼 차관이 본인의 의도가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며 (한국내 비판 여론을 접하고) 굉장히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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