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언론 "'교과서 출판사 자율성 중시' 전통서 대전환"

6일 확정된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는 출판사의 자율성을 살려온 일본 교과서 검정의 전통에서 일대 전환한 것이라는 평가가 일본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근현대 역사적 사안 중 통설적 견해가 없는 경우 '통설적 견해가 없다'고 명시하고, 정부의 통일적 견해 및 대법원의 견해가 존재할 경우 그에 기반해 기술하라는 아베 정권의 새 교과서 검정 기준(작년 1월 개정)이 이번 검정에서 처음 적용된데 대한 반응인 것이다.

교과서 기술을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술로 변경시킬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아베 정권은 실제로 그 권한을 이번에 활용했다.

일본인 A급 전범을 단죄한 극동 군사재판(도쿄재판), 군위안부, 전후 배상 문제, 간토(關東) 대지진 조선인 학살 등과 관련한 검정신청 교과서 기술 총 6건에 '통설적 견해가 없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다'거나 '정부 통일 견해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등의 의견을 붙임으로써 정부 입장에 맞게 수정 또는 가필토록 했다.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아베 정권의 '눈가리고 아웅식' 입장이 한 교과서의 군위안부 기술에 추가됐고,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피해자가 수천명에 이른다는 기술에는 '자경단에 의해 살해된 사람 수는 230여명'이라는 당시 일본 사법성 통계가 추가됐다.

군대와 경찰에 의해 살해된 사람과 사법성 보고에 기재되지 않은 지역의 학살을 뺀 수치라고 치더라도 대지진 당시 조선인 6천여명이 학살됐다는 학계의 가장 유력한 설에 비춰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가 들어간 것이다.

또 "전쟁 때 일본군이나 기업에 의한 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현재도 보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는 한 검정 신청 교과서의 기술에 대해 '정부의 통일적인 견해에 근거한 기술이 되어있지 않다'는 지적이 붙었고, 결국 "일본 정부는 국가 간의 배상 등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기술이 더해졌다.

아사히 신문은 "그동안의 검정은 원칙적으로 교과서 회사가 쓴 내용에서 불완전한 부분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사실상 처음으로 특정 사항을 가필하라고 촉구했다"며 "교과서가 타당한지를 보는데 그쳤던 검정에 구체적 사안을 쓰라고 요구하는 규칙을 추가한, 큰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NHK는 "검정제도는 전쟁 중 국정 교과서의 내용이 획일적이고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반성 등에 따라 종전 후인 1948년부터 시작됐다"며 "교과서 회사의 기술을 살린다는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라는 지적은 하지 않았던 이제까지의 검정이 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